공동체

영화인, 관객, 공동체 그 모두를 위한 협동조합, '모극장'을 소개합니다.

글_김남훈 / 모두를 위한 극장 이사장

들어보셨나요? ()극장?

 

모극장의 공식적인 이름은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이다. 그러나 애초의 이름은 선후 관계가 뒤바뀐 공정영화협동조합 모두를위한극장이었다. 이 이름은 2013년 봄, 서울시에 설립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명칭은 반드시 맨 앞 또는 맨 뒤에 위치해야한다는 행정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반려되었고 결국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이 긴 이름 안에는 모두’, ‘공정’,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와 공공성을 아우르는 개념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 혹자는 이러한 이름이 개념 과잉이라 질려 버릴 거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적 의견을 수용해 우리는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이라는 풀네임 대신에 모극장이라는 줄임말 별명을 만들었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별명에서조차 아무개 모()’자를 병기하여 CGV나 메가박스만이 아니라, “암전과 침묵 상태가 이뤄질 수 있는 모든 공간이 곧 극장이다라는 의미를 설명하고 있으니 개념 과잉은 무시 못 할 습관인 듯 싶다. 결국 풀네임, 별명 모두에 포함된 개념들을 바탕으로 모극장을 정의하자면 이렇게 된다.

아무곳에서 영화를 틀어 모두에게 공정협동조합’????....

 

모극장은 2013419일에 설립되어 이제 만 5년을 넘긴, 협동조합 중에서는 나름 중견이다. 2010년 하반기부터 설립을 준비했으니 대략 7년 정도의 활동경력을 가지고 있다. 준비기간 때는 또 이름이 달랐는데 그때의 이름은 청년영화인 공정영화협동조합 모두를위한극장이었다. 당시에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기 전이었고 201212월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후, 2013419일이 되어서야 15명의 설립동의자들은 조합을 설립할 수 있었다. 이때 청년영화인이란 단어가 빠지게 되었는데, 준비과정에서 주목했던 소셜미션이 영화인들의 노동적 가치였다면, 준비과정을 통해 관객들의 문화적 가치로 우리의 생각을 이동한 이유가 가장 컷으며 한편으로는 필자가 늙어가고 있다는 자각도 있었다.

 

모극장을 준비하게된 이유는 사실 필자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필자는 2010년 당시 노리단이라는 사회적기업에서 일하고 있었고 당시 노리단은 문화예술 분야 최초의 사회적기업으로서 신생 사회적기업의 설립과 컨설팅 지원 업무 등도 법인의 주요한 일 중 하나였다. 이 당시는 지역형(예비)사회적기업 제도가 각 지자체별로 시행되던 시기였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여러 사회적기업들이 등장하였는데 시각예술, 공연예술, 음악, 디자인, 축제기획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이 이어지던 예술계의 흐름과 달리 영화 분야의 사회적기업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매우 적었다.


흔히 사회적경제 조직의 발생은 그 분야에서의 시장의 실패정부의 실패가 뚜렷하게 가시화될 때 이뤄진다고 한다. 이때 등장한 문화예술 사회적기업들은 주로 노동, 자립, 자활, 지역문화향수권 등과 같은 소셜미션을 주목하였다. 필자는 영화분야의 사회적기업이 상대적으로 창업되지 않는 부분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다른 분야의 소셜미션이 주목했던 사회문제 대부분은 오히려 영화분야에서 크게 이슈화 되었던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분야는 스크린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의 실패가 매우 뚜렷했고 미디액트와 독립영화전용관의 위탁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잡음이 이어지며 영화진흥위원회로 대변되는 정부의 실패도 가시화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계와 영화인들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무관심을 이해하기 어려웠으며 이러한 소셜미션에 호기심을 갖고 과거 함께 일했던 지인들과 함께 영화의 사회적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것이 결국 모극장 설립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사회적 연결망을 통한 지속 가능한 대안배급

 

초기 모극장이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은 시민사회단체, 사회적경제 조직, 지역문화단체와 활동가 등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연결하여 일정한 관객 규모를 상시적으로 유지하고 공동체상영과 커뮤니티시네마 활동을 통해 독립예술영화의 안정적인 배급을 위한 대안배급망을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이러한 계획은 곧바로 독립영화진영 등 영화계에서 커다란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을 들은 다수의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양상으로 나타났는데 하나는 격한 고개의 끄덕임 이후의 긴 침묵... 다른 하나는 이미 해봤는데.....” 이후의 긴 말줄임표였다.


모극장은 설립 이후 3년 정도 여러 시행착오를 반복했고 그 뒤에 2년은 우리가 인지한 명확한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 안에서 유지 가능한 자립 모델을 다시 정립하는 시기였다. 당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영화산업 내부의 산업 진영별로 이해관계가 상이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해관계의 특이성은 국내의 영화진흥정책이 국가 주도로 이뤄지면서 영화진흥위원회와 각 산업 진영 간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관계의 틀을 쉽게 해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많은 영화인들은 영화산업에 관한 여러 담론과 사회적 자본을 공공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으며 정부의 실패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문제의 책임은 국가와 정책 실패자에 있기 때문에 정치적·정책적 변화를 요구하고 비판하는 활동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영화계의 요구와 태도는 시민사회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 분야에서 사회적경제 방식의 여러 활동들은 협소한 층위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듯 영진위를 비롯한 영화정책에서의 정부의 실패는 산업 전반에서 거의라고 할 정도의 큰 영향력이었고 이는 시장의 실패를 방치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방치되는 시장의 실패는 산업적 차원 뿐 아니라 문화적 관점에서도 새로운 문제를 유발시켰다.

 

수직계열화, 스크린독과점으로 대변되는 영화산업의 시장의 실패는 지역 간 문화권의 격차를 보다 심화시켰다. 수직계열화와 스크린독과점을 작동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영화시장의 범위가 특정 이상의 소득과 인구 규모를 갖춘 중대도시로 압축되었기 때문이며, 인구 규모가 작은 소도시의 경우엔 기본적인 문화권을 누리기조차 어려워졌다. 신기록을 갱신하는 스크린독과점은 문화의 종 다양성을 훼손해갔고 이러한 문제들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영화산업의 특정 진영이 아니라 지역과 시민들, 그리고 다양성 문화에서 소외된 관객들이었다.

 

모극장의 사회적 관계망이라는 영역을 다른 맥락에서 재설정해야했고 그런 과정에서 여러 조력자를 만날 수 있었다. 독립영화배급사 인디스토리는 모극장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공동체상영의 콘텐츠를 협력해주었고 지역 영상미디어센터, 생활소비자협동조합 아이쿱, 국내 대표적 사회적기업인 아름다운가게 등은 이러한 관객활동에 공감하고 여러 형태의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디어센터와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시민프로그래머 양성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수원을 시작으로 진주, 고양, 서울 강서, 천안, 성남, 전주, 의정부, 제천 미디어센터 등 매년 새로운 미디어센터를 만나고 있으며, 이 교육과정을 통해 개최된 시민(관객)영화제는 지역에서의 관객문화와 관객활동의 다양한 기회를 도모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보유한 생협인 아이쿱과는 전국 31개 지역의 매장공간과 지역센터 공간에서 정기적인 독립예술영화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5년 모극장에서 구축한 공동체상영 온라인 플랫폼 팝업시네마(popupcinma.kr)’ 제작에 아이쿱은 현금을 투자하기도 했다.



모극장은 이외에도 다양한 공동체 상영사업, 공동체 배급사업, 공공상영회 운영, 스크린 리터러시 교육 등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는 내부 협동기금으로 조성하여 조합원 복지 및 지역 영화공동체와의 협력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영화 영상 문화를 위한 굿 거버넌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영화진흥위원회도 쇄신과 혁신을 내세우며 개혁에 들어갔다. 그간 모극장의 활동은 영화계와 시민사회가 가시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사회적 연결망을 통한 대안적 배급망 구축이라는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민간에서의 자발적 의지와 집합적 노력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에서의 지원 역시도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 설립 초기와는 달라진 지금의 생각이다.


최근의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들은 이전 정부 시절의 사업들과 비교할 때 큰 틀에서의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는 영진위에 산업진흥과 문화진흥 사업 간에 균형을 기존의 7.5:2.5 에서 5:5로 개선하기를 권고(각주1 참고)하였으며 이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 패러다임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 패러다임은 산업과 생산을 지원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소비와 생활의 주체를 지원하는 전환을 의미하며 영화와 문화예술 분야 역시도 생활문화예술활동 및 문화적 활동을 위한 지원으로서의 방향 전환이 보다 요구된다.


최근 영진위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을 다시 복구·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 정부에서 발생한 정부의 실패는 독립예술영화의 유통구조 훼손 뿐 아니라 활발하게 이뤄져 왔던 관객활동의 문화적 동력마저도 훼손시켰다. 이러한 관객문화가 회복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 영상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중앙정부가 독점하던 정책적 담론이 각 지방자치정부로 이동하고 보다 낮은 단위에서 민관이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낮은 단위의 거버넌스는 시민들의 실제적인 문화적 접근과 참여를 견인하고 그 안에 지역만의 고유한 요구와 개성을 담아 낼 수 있다. 이러한 거버넌스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시민참여와 정책제안이 활발하게 소통될 수 있는 거점기능이 필요하다.


2017년 영진위 통계를 살펴보면 독립영화전용관과 예술영화전용관을 보유한 지자체의 수는 총 21개 지역이었다. 반면 미디어센터가 있는 지역 중(각주2 참조)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없는 도시는 총 13개 지역이다. 지역의 문화다양성 측면에서 미디어센터가 영화영상문화에 끼치는 영향력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2010, 영화분야의 사회적경제 조직은 단 세 개 뿐이었으나 이제는 각 지역별로 많은 영화영상 사회적경제 조직이 생겨났다. 사회적경제 조직이란 실질적인 수요자와 이해관계자가 직접 사업에 참여한다는 공통적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다수의 참여와 공정한 이익의 분배 행위는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이익(common good)과 공공의 이익(public good)을 지향하게 된다. 미디어센터는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을 위한 지역의 주요한 공유 자원이다. 이들의 연속적인 활동과 가치를 육성하여 협력적 거버넌스의 주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발생되는 사례들을 집합하여 사회적 연결망이라는 실체적인 대안모델이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모극장은 미디어센터가 맛있게 차려 놓은 밥상 위에 숟가락을 얹어 배부르게 밥을 먹고 싶다. 여전히 배고프다.




각주1 : <문화예술계 주요 지원기관 제도 개선 방안 : 영화진흥위원회>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2017

각주2 :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가입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