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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웃을 만나다.” 제1회 머내마을영화제

글_이유하 / 예술플랫폼 꿈지락 협동조합 팀장


 

시작은 소소했다. 나는 틈만 나면 재미있는 일이 없나 찾아다니는 편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영화관 한 번 가기 힘든 것이 사실. 그러던 중 동천동(머내)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예술플랫폼 꿈지락 협동조합 (이하 꿈지락) 이선경 대표와는 마을에서 만난 사이였다. 함께 책을 읽고, 음식을 만들기도 했으며, 춤을 추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대표님이 전화해서 영화제를 기획한다고 했을 때, 그래서 기사 몇 개를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을 때 아무런 의심도 없이 선선히 승낙했다.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번 만나 영화제 진행사항을 공유하는 사이 어느덧 나는 실무위원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고(나도 모르게!) 월요일마다 기획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굿즈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고, 결국은 꿈지락 1호 직원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재미있어서만들어낸 영화제

 

아무것도 정해진 것도 없었고, 만들어진 것도 없었다. 그냥 사람들의 쿵짝이 잘 맞아서 물 흐르듯 일이 진행되었을 뿐이다. ‘왕년에각 분야에서 잔뼈 굵은 분들이 넘치는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해 모두들 자기 일처럼 의견을 내고 직접 뛰어다녔다. 나야 그저 놀라운 마음으로 사람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눈덩이처럼 커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영화제 이름이 정해지고, 상영작이 결정되고, 포스터가 도착하고, 카드뉴스들이 배포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참여한 공연이 기획되고 영화제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푸드존이 결정되었다. 모두 우리의 의견이 담긴, 마을 사람들의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다. 사람을 잇다꿈지락이 내건 슬로건처럼, 마치 다단계처럼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과정. 내 마음의 한 켠을, 내 시간의 일부를 내어주는 쉽지 않은 일임에도 서슴없이 품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놀라웠다. 물론 그 과정에서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서툶의 미학, 한 땀씩 이어붙인 레드카펫

 

영화제 실무진들은 대량생산이 보편화된 이 현대사회에서 굳이 손수 굿즈들을 만들어보겠다고 열을 올렸다. 마을의 손재주 있는 사람들을 섭외해 하나하나 만들어낸 핸드메이드 굿즈들. 기성제품보다는 조금 어설픈 그 작품들은 만든 사람들의 열띤 만족감(?)으로 포장되었다.

 

레드카펫은 또 어떤가. 영화제 마스코트 꼼마를 디자인한 이하주 실무위원이 빨간 천을 모아 레드카펫을 만든다고 했을 땐, 이렇게 큰일이 될 줄은 미쳐 짐작도 하지 못했다. 붉은악마 티셔츠부터 양말, 치마, 태권도 빨간 띠까지 천 한 무더기가 모였다. 동막천에서 열린 마을장터의 한 귀퉁이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땀씩 이어붙인 빨간 천들. 그 조각조각들이 그렇게 거대한 레드카펫의 일부분일 줄이야. 다 잇지 못해 영화제 당일까지 사람과 사람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대작 레드카펫은 그렇게 머내마을영화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선선한 가을밤, 막이 오르다.

 

첫 영화제인데 대범하게 야외 상영을 결정한 꿈지락은, 날씨 덕을 가장 크게 보았다. 교회 작은 세미나실로 예정되었던 토크쇼 <밑지는 영화, 제대로 밑져(미쳐?)보자!> 는 즉흥적인 아이디어에 따라 풀밭 한 켠에 툭툭 던져놓은 엉덩이 방석을 깔고 앉아 진행되었다. 행사 준비를 하면서, 자리에 걸터앉아서, 지나가면서 듣는 재미가 있었다.

 

어스름하게 해가 저물고, 객석이 비지 않을까하는 우려와는 달리, 관객 수는 400여명을 웃돌았다. 가난한 청년여성의 정착할 수 없는 삶을 담은 영화 <소공녀>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쌀쌀해진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전고운 감독과의 뒷이야기까지 자리를 지켜주었다.

 

둘째 날은 동천동 주민센터에서 작게 진행되었다. 많아야 6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주민센터 내의 작은 영화관이지만 관객들로 가득 찼다. 특히나 좋았던 점은 그냥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의 발길을 끌었다는 점이다. 사실 꿈지락이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점이 기존의 아는 사람들만이 참여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꼭 영화를 보고가지 않아도 지나가다 들러서 사진 찍고, 먹거리 하나 사고, 둘러보고 가는 정도로도 사람을 이어가는 의미에서 뜻깊었던 것 같다.

 


 

 

 

주민센터에서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눈이 가는 섹션은 동네 주민들이 직접 찍은 ‘1분 영상 : 옆집 이웃이 찍은 우리네 삶 이야기였다. 1분영상은 마을 사람들이 꿈지락에서 진행한 워크샵에서 권칠인 영화감독과 휴대폰카메라와 앱을 이용해서 뚝딱뚝딱 만들어낸 영화들이었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러 들어갔다. 하지만 짧은 단편들이 이어서 상영되는 걸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뭉클하며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특히 임경희 감독의 <일장춘몽>은 아이를 등교시킨 후의 엄마가 느끼는 해방감을 위트 있게 그려서 기억에 남는다. 조금 투박하지만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라 더 큰 공감을 불러낸 것 같다.

 

어떻게든 영화제는 끝이 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 속에서 내가 가진 밤톨만큼 작은 재능이 어딘가에 쓰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들이 모여 큰 행사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이 이어짐을 느낀다는 것은 특별하고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2회 머내마을영화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혹은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그래도 다음이 있겠지. 이번엔 어떤 큰 그림을 그려볼까?

 


2018.9.8() 19:00 23:00 I 목양교회 잔디광장

2018.9.9() 10:00 23:00 I 동천동주민센터 및 마을 곳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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