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센터와 사람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곳, 여기는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입니다

글_이경민 /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 교육팀장


안녕하세요.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이경민입니다.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스탭워크샵이나 정기총회에 간간히 참석하고 있지만, 인사를 제대로 못 드린 것 같아 낯선 얼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이렇게 글이라도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1. 이 길이 내 길인가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이하 센터)200610월에 개소식을 가졌으니 다음 달이면 꽉 찬 12년입니다. 그 말은, 저도 센터에서 일을 한지 12년이 되었단 소리네요. 12년이라니.. 12년이면 제가 인생의 암흑기라고 생각하던 학창시절을 보낸 것과 동일한 시간입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발산하지도 못했던 그 시기. 꿈도 없었고, 패기도 없었고, 열정도 없었던 그 시간을 보내고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가고싶어 간 거 아님) 미디어영상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정말 무모했죠. 방송이나 신문에는 1도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관심이 없으니 학과공부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수업만(!) 열심히 듣다가 오랫동안 만났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도피차 과감히 휴학계를 던졌는데요. 탱자탱자 놀던 어느 날,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이 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만두려고 하니 해보지 않겠냐고.. 그렇게 미디어센터와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센터가 업무를 시작한지 3개월이 되던 때였고, 이제는 퇴직하신 남일우 센터장님과 여전히 꿋꿋이 그 자리를 잘 지키고(?)있는 윤정록팀장님, 두 분만 계실때였습니다. 제가 맡은 첫 업무가 사무보조로서 시민영상제작과정 2(지금은 26기까지 진행했네요)의 수강생 명단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래 이 곳에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2. 이경민의 운명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는 타 센터와는 조금 다른 운영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부서의 경계도 희미한 편이구요. 업무분장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센터 스텝 개개인이 사업계획서도 작성해야하고, 강의도 해야 하고, 결과보고서도 써야하죠. 센터 설립 초기에는 개인적으로 다큐를 제작하는 것 또한 업무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해서 꽤나 부담스러웠는데, 모든 업무를 각자의 자율성에 맡기는 편이라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의 큰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주로 초등학생, 결혼이주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사업을 담당하고 있구요.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들의 회계·정산도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센터와 사람들의 원고를 작성하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복기해봤더니, 역시 첫 수업과 첫 개인 다큐 제작할 때의 기억이 먼저 떠오르더라구요. 학창시절 남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 해 일어나 책을 읽거나 발표 한 번 제대로 해본 기억이 없는데 입사한지 2년 뒤인 2008년에 수업을 하나 맡게 되었습니다. 사무보조로 업무를 시작하긴 했으나, 센터에서 계속해서 일을 할꺼라면 부딪혀 깨져봐야한다고, 센터장님이 억지로(?) 시키셨던거죠. ‘선생님이라는 역할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수업 예시자료를 찾고, PPT를 만들고, 가르쳐야 할 내용들을 큐시트 종이에다 인사말부터 맺음말까지 작성한 다음 온종일 중얼중얼 외우고 다녔죠. 운 좋게도 인성 바르고 적극적인 초등학생들을 만나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수업을 할 때도, 교육을 수료하고 난 뒤에도 그 첫 수업은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5학년이었던 그 아이들이 이젠 대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간간히 만나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그러다보면, 참 시간이 빠르다.. 느끼는 요즘입니다




돌이켜보면 수업을 재밌어하고, 수업시간을 기다려주고, 수료할 땐 눈물범벅으로 고맙다고 이야기해주는 수강생들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뿌듯함, 무쓸모는 아니라는 안도감, 더 잘 해보고 싶다는 성취감 덕분에 그 힘으로 지금까지 이렇게 미디어교육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네요.


3. 젖은 낙엽처럼




지금의 이경민의 인생8할은 센터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껍니다. 일을 시작하며 성격도 많이 바뀌었구요, 센터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여전히 고민을 나누고, 힘들 땐 위로를 받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최근에는 여러 가지 부침이 참 많습니다. 회사의 경영 논리에 의해 센터의 존재가 부정당하기도 하고, 운영구조가 취약해 매달 인건비를 걱정해야하며, 센터의 자랑거리였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을 대폭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에서 12년을 퍼블릭액세스와 시청자 영상주권을 위해 노력한다고는 했는데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한 해 한 해를 꾸역꾸역 버텨오고는 있지만, 센터 스탭들의 피로는 늘어가기만 하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센터를 통해 배움의 기회를 얻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는 수강생분들, 취미로 센터를 찾았다가 미디어 교육강사로도 활동하시게 된 외부 강사님들, 그리고 센터를 거쳐 간 소중한 인연들이 시간이 지나서 다시 찾아오셔도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딱 붙어 이 자리를 지키고 싶은게 요즘 저의 바람입니다. 언제까지 미디어교육 현장을 누빌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지역사회에서 사랑받는 미디어센터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현장에서 만나 뵙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