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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사회적 경제로 혁신하기 : 2018 광주 사회적경제 미디어 혁신 컨퍼런스 참관기

글_성상민 / 문화평론가, 모두를 위한 극장 조합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곧 1년 반이 지난다. 많은 미디어 유관단체들은 2016년 말과 2017년 초를 강타했던 촛불 정국에서 새로운 미디어 정책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각지의 미디어센터를 대표하는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그리고 전국 7개 공동체라디오를 대변하는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가 공동으로 국민마이크행사를 주최했던 것은 이전과는 다른 미디어 정책이 절실함을 드러내는 신호였다. 그러나 여전히 미디어 정책의 혁신은 지지부진하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미디어 공공기관의 수장이 교체되었지만, 미디어센터는 물론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정책도 원론적인 입장 이상을 아직 넘지 못 하고 있다. 동시에 마을미디어‘1인 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영역의 미디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과 방향 설정도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기대했던 만큼의 국가의 정책이 아직 수립되지는 못했어도, 미디어 활동가들은 쉽게 주저하지 않는다. 산업적인 차원에 편향되어 방송-통신-미디어 정책을 수립했던 지난 10년간에도 미디어 활동가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한편으로는 서로 똘똘 뭉치면서 힘을 모았다. 이제 미디어 활동가들은 수동적인 정책 요구를 넘어, 능동적인 자세로 미디어 영역에 필요한 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지난 911, 광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2018 광주 사회적경제 미디어 혁신 컨퍼런스는 오랜 시간 쌓여온 미디어 활동가들의 여정과 시선이 그득히 쌓인 장이었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미디어, 그간 어떻게 살아왔나

 

컨퍼런스의 제목에 들어간 사회적경제라는 말처럼, 이날 행사에는 사회적경제에 기반을 둔 다채로운 미디어 단체들이 함께했다. 전통적인 미디어 단체인 지역미디어센터와 공동체라디오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의 형태로 다양한 지역에서 미디어 활동을 지속 중인 무수한 단체들이 한날한시 광주에 모인 것이었다.

 

이 날 컨퍼런스의 첫 번째 섹션 주제는 사회적경제 11주년 미디어 분야 생태계 평가 및 현황이었다. 가장 먼저 발제를 한 진주시민미디어센터의 성중곤 대표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철저히 비영리민간단체로서 지역미디어센터를 운영해 나갔던 역사를 설명했다. 성 대표는 지자체가 운영이나 재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유일한 지역미디어센터가 진주시민미디어센터였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간 진주시민미디어센터가 선보인 성과와 한계를 모두 언급했다.

 

저희 미디어센터의 재정구조는 자체 매출이 73%, 후원금이 16%, 4대 보험 지원이나 각종 사업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의 비중이 1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익 사업은 주로 동영상을 만들거나 각종 웹사이트나 쇼핑몰을 디자인하면서 충당했어요. 열심히 수익 사업을 하면서 재정을 안정시키고, 다른 지역의 미디어센터 못지 않게 재원을 확보했습니다. 그렇게 매년 미디어 교육을 하고, 찾아가는 영화 상영회나 진주같은영화제같은 지역민 중심 영상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분야에 특화된 지원 정책이 없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저희 센터가 2008년부터 협동조합인 동시에 사회적기업으로 조직 형태를 전환했는데, 미디어를 비롯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어서 한국문화정책연구소의 염신규 소장은 한국의 미디어 생태계에서 사회적 경제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발제했다. 염 소장의 발제에 의하면, 2007년 사회적경제육성법이 도입된 이후, 넌버벌(non-verbal, 언어를 사용하지 않음) 뮤직 퍼포먼스 그룹에서 출발한 노리단이 처음으로 문화예술분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이후 꾸준히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의 수는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적기업 정책은 계량적인 일자리 창출에 목을 매는 것은 물론, 실제 현장과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고 자율적인 성장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빠른 자립만을 강조했다. 염 소장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책적 전환이 있어야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기업이 힘을 얻을 수 있음을 말했다.

 

단순히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사회적기업은 자발성과 자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직접 지원을 경계해야죠. 대신 사회적경제가 활발한 이탈리아가 중앙정부나 주정부, EU를 통해 다양한 공적 지원이 활성화된 것처럼 공적 지원의 루트를 넓히며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사회적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간접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이나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제가 끝난 뒤 곧바로 토론이 이어졌다. 관객 주체의 영화 문화를 내세우며 영화의 공동체 상영-배급 사업, 관객 교육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사회적기업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의 김남훈 이사장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책과 모델 모두에 유연성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한국의 협동조합 관계법은 너무 구획을 잘게 쪼개놓습니다. 누군가는 순댓국에 후추와 소금 둘 다 넣고 싶은데 어떤 지역의 순댓국은 후추만, 어떤 곳은 소금만 넣으라는 소리죠.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어느 특정 분야에 매어있지 않는 정책적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한편 광주 지역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 전문 사회적기업 필름에이지의 윤수안 대표는 자사의 마을 영화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 정비가 필요함을 언급했다. 필름에이지는 마을 영화를 각 마을 공동체에 존재하는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 그리고 마을 고유의 문화 자원을 토대로 만드는 영상이라 설명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마을 영화는 주민들이 직접 연기합니다. 제작 스탭을 저희가 도우는 방식이죠.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주민들이 연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함께 시나리오도 만듭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완성된 마을 영화는 마을 축제 때 클라이맥스로 상영합니다. 저희는 마을 영화가 조금이라도 지역 공동체에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고, 지역의 문화 자원을 증대시킨다 생각합니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으면, 광주 전역에서 마을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의 전철원 영상사업본부장은 지역에서 영상 문화를 위해 헌신했던 다양한 노력들을 언급하며, 현장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모씨네는 인천여성영화제도 꾸준히 열고, 충남 서천군에서 작은영화관도 위탁받아 운영하고, 이외에도 다양한 교육 사업이나 상영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기도 어렵고, 사업에 필요한 공간 확보도 어렵습니다. 단순히 일자리 지원 말고, 각 조직이 저마다의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돕는 현장 중심의 지원 체계가 절실합니다.”

 

대안 미디어가 놓인 현실의 돌파구를 모색하다

 

첫 번째 세션이 끝난 뒤 이어서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이날 진행된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정책 개발의 근거 자료나 단체 지원에 필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사회적경제 미디어 분야 사회적 가치 지표 개발을 주제로 내건 세션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그룹 잇다의 이순학 대표가 먼저 사회적경제 미디어 분야 재원 조성 방법을 주제로 발제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첫 번째 세션의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했던 대로, 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에서 문화예술 및 미디어 분야가 꾸준히 소외된 것을 언급하며, 사회적경제 기반의 미디어 단체 활동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평가 가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순학 대표의 뒤를 이어 사회적가치연구원의 박성훈 수석연구원은 세부적인 사회적 가치 지표 개발 및 도입 방안을 설명했다. 박성훈 연구원은 사회적 가치는 사람마다 평가의 가치가 제각각인 정성적인 영역에 놓여 있어 측정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먼저 언급했다. 대신 박 연구원은 최대한 많은 이들이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의 측정 방법 기준으로 화폐 가치를 제시했다. 각각의 사회적경제 기반 단체들이 제작하는 물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의 시장 가격을 기반으로 각 단체가 선보인 사회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흥미로운 제안이지만, 동시에 박성훈 연구원은 이러한 가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화폐 가치로 잴 수 없는 질적인 요소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특히 문화예술을 비롯한 미디어 영역이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폐 가치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저마다 업종이 달라도 시가 총액으로 비교하는 것처럼, 사회적경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을 직관적으로 평가하거나 관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질적인 요소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는 중입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단체의 고용 형태를 반영하는 계산식을 연구하는 한편 각각의 행위가 지니는 가치요소를 정량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 방식도 고안 중입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미디어 활동가들은 박성훈 연구원의 제안에 대하여 무수한 질문과 의견으로 화답했다. 정말로 화폐 가치 측정이 안정적인 미디어 영역의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인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사회적 가치의 측정 공식을 개발해도 실제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 얼마나 도입될 수 있는지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세션에 배정된 시간이 다 지나갈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만큼 이 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이들이 문화 정책은 물론, 사회적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미디어가 더 이상 소외받지 않고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원함을 보이는 반증이었다.


 

그러한 갈망은 컨퍼런스의 마지막 세션인 모두를 위한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났다. 공동체라디오 마포FM’의 송덕호 대표,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의 허경 이사, 그리고 전라도를 기반으로 한 잡지 <전라도닷컴>의 황풍년 편집장이 함께한 세션에서는 각각의 미디어 영역이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동시에 위기에 놓여 있음을 언급하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혁신과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공동체 라디오는 여전히 허가받은 방송 출력이 1와트를 넘지 못해 청취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수익 창출도 어렵다. 지역미디어센터 역시 적절한 정부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점차 센터들끼리 규합하는 것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점차 종이 매체가 미디어 산업의 경쟁 구도에서 밀려나는 상황에서 <전라도닷컴> 역시 자유롭지 않다. 세션을 이끈 세 명의 참석자들은 현재 상황의 녹록치 않음을 공통적으로 토로했다.


 

점차 대안 미디어들이 매년을 버티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왜 이들은 여전히 각자의 미디어 영역을 쉽게 떠나지 못할까. 세 참석자들은 모두 자신들이 펼치는 미디어 활동에 소중한 가치들이 담겨 있음을 언급했다. 황풍년 편집장은 기존 주류 매체와 달리 지역과 어르신들을 미디어의 주체로 만드는 선택<전라도닷컴>을 전라도 뿐만 아니라 전국에 조금씩 독자를 만든 중요한 가치라 말했다. 허경 이사 역시 미디어가 쉽게 담지 못하는 많은 이들의 생생한 언어를 지역미디어센터가 모으는 것이 센터를 지키는 소중한 힘이라 설명했다. 송덕호 대표 또한 중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다양한 특성을 지닌 시민들이 활동하며 주체적으로 방송을 만들고, “방송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점차 시간이 지나며 보수적인 태도를 지워나갔던 모습이 공동체라디오가 지닌 잠재력임을 강조했다.

 

미디어 활동가들의 혁신 의지, 정부의 응답이 필요한 때

 

세 번째 세션을 끝으로 이 날의 컨퍼런스는 모두 끝이 났다. 총 세 개의 세션에 다양한 말들이 오고 갔지만, 핵심은 결국 하나였다. 바로 현재의 미디어 정책으로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회적 경제 정책만 가지고는 대안 미디어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요원하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각각의 대안 미디어들과 미디어 활동은 저마다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정책 변화가 필수임을 주장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동시에 지난 두 정권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언론과 미디어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대안적 성격의 미디어들이 지니는 가치는 몇 번이고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KBSMBC와 같은 거대한 공영 방송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이들 주류 매체가 변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대형 매체가 쉽게 비추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언제나 존재하고, 각각의 지역적 특성에 어울리는 매체들은 대안적인 미디어 활동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많은 이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여전히 정부의 정책도, 현장 미디어 활동을 위한 적절한 지원책도 구비되지 않은 것이 현재 미디어 환경의 현실이다.

 

미디어 혁신 컨퍼런스는 미디어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지난 미디어 활동을 성찰하는 동시에, 정부에 주체적인 자세로 지금 당장 필요한 정책과 비전 제시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계속 대안 미디어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미디어 활동가들은 스스로의 혁신을 다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 기관이 미디어 활동의 혁신 시그널에 적극적으로 답신을 보내는 차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