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내딛는 새로운 걸음

글_송덕호 / (사)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 상임이사

Q. 간단한 본인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송덕호(이하, ) , 전 현재 마포공동체라디오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4년 마포지역에 공동체라디오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2008년부터 실무 책임자를 맡아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 공동체라디오방송국들의 연대 단체인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에선 상임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또 서울의 마을미디어들의 관계망인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Q. 공동체라디오방송국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공동체라디오는 단어 그대로 공동체를 위한 라디오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라디오입니다. 또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공동체의 힘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라디오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공동체의 힘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중요한데요. 방송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제작합니다. 그리고 방송국의 운영이나 방송국의 소유마저도 주민들이 적극 참여해서 함께 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방송국 마다 조금씩 운영형태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방송국 운영의 모든 과정에 지역주민이, ‘지역공동체가 적극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공동체라디오는 우리나라에 2004년 도입됐습니다. 그땐 소출력FM라디오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고, 20058월부터 8개 방송국이 순차적 개국을 하면서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했죠. 2006년 방송법에 공동체라디오라는 이름으로 관련 법이 생기면서 근거가 되었고, 2009년 정규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때부터 정식 방송사업자가 된 거죠. 시범사업을 무려 4년간 한 거죠. 정규사업을 시작하면서 나주공동체라디오가 탈락하여, 현재 7개 공동체라디오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4년 도입 당시 ‘1개 기초지자체에 1개의 공동체라디오를 표방했으니 곧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인터넷/팟캐스트 등 지상파주파수가 아닌 다른 미디어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시민/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나눌 수 있는 방법은 많아진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의미는 무엇일까요?

 

한계자원인 전파를 사용한다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파는 무한하지 않고 한계가 있어서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는데요. 전파를 사용한다는 것은 국가차원에서 인증을 한 것이고, 공적인 영역 안에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공동체라디오는 공적 서비스라는 것이죠. 반면에 온라인은 철저하게 사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파를 이용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은 시민들에게 멀리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시민들이 주체인 공동체라디오가 전파를 이용한다는 것은 시민들의 방송활동이 공적 영역에 있는 활동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는 겁니다. 이는 단지 시민이 방송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넘는 상상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영방송과 민영상업방송만이 있던 우리나라의 방송영역에 시민영역이라는 제3영역이 생긴 겁니다. 물론 이게 국가차원에서 제3영역을 국가의 방송정책으로 선언하거나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첫발을 디뎠다는 의미에서 무척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거죠.

 

 

Q.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것 말고,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운영됨으로써 지역/공동체가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인가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만들어 내는 효과/가치/변화는 무엇일까요?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의 거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중심이라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라디오는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이라 말씀드렸는데 공동체가 참여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운 방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라디오 그 자체로는 정말 가진 게 없습니다. 사람도, 재정도, 자원도 최소한에 머물고 있는 방송인데요.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지역이나 공동체가 함께 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지역과 공동체가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가게 되니 지역의 정보와 역량이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니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지역이나 공동체에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집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지역주민들이 방송에 참여하게 됨으로 해서 생기는 변화입니다. 그동안 방송의 대상이고 단지 청취자, 시청자에 불과했던 시민들이 방송의 주체로 거듭 났다는 것인데요. 시민들이 방송에 참여를 하게 되면서 지역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게 지역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Q. 한국에서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에 공동체라디오가 도입된 지 올해로 벌써 14년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년 전 시범사업 때의 방송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출력 1와트로 이렇게 오래 정규방송을 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할 정도로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공동체라디오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주무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체라디오는 정말 오랫동안 방송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는데요. 공동체라디오가 갖고 있는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파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공식적인 답변이었는데요, 이건 정말 핑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4년간 굉장히 많은 라디오방송국이 새로 생긴 것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정책적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활성화를 시킬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난 정부 10년간은 정말 정책적 의지를 ‘1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Q.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 중 중앙정부의 정책 부재 외에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을 운영하는 민간이 성찰해야 하는 것은 없을까요?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인식 부족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얘기한대로 공동체라디오는 지역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역공동체가 함께 하지 않는다면 존재 자체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운영해온 주체도, 지역공동체도 공동체라디오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운영주체도 지역공동체와 함께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해가지 못했고, 지역공동체도 공동체라디오가 지역공동체의 자산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러다 보니 운영주체는 공동체라디오를 꾸려가는 것 자체에 역량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공동체라디오가 또 다시 지역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왔다고 봅니다. 지역공동체의 입장에선 공동체라디오가 단지 한 개 사업자가 운영하는 방송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역공동체의 방송국으로 만들어나갈 기획을 갖지 못했다는 겁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 공동체라디오는 지역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방송입니다.

 

 

Q. 새 정부가 공동체라디오방송 활성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는데요, 현재 정책의 현황은 어떤가요?

 

국정과제에 들어 있는 건 맞는데 정말 들어있기는 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인데요. 어쨌든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공동체라디오연구반이 지난 3월부터 운영되면서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종합적인 활성화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종합적인 계획이 세워지면 그 이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데요. 사실 공동체라디오 활성화와 관련된 논의와 연구는 그동안 무척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논의와 연구가 실행되지 못했던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적인 의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나 정부차원의 정책적인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물론 현 단계에서 확언하기는 어렵고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현재의 문제/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요?

 

정부차원에서 제3영역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방송의 주인이라는 말은 하고 있지만 실제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해 촛불광장 이후 우리사회에선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게 떠올랐습니다. 특히 광장이 아닌 생활세계에서의 시민참여와 이를 통한 생활세계의 변화가 무척 중요한 시대정신이 됐다고 보는데 이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영역 중에 하나가 공동체라디오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누구를 통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게 됐을 경우 우리 사회는 생활세계에서부터 정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거죠. 그런데 정부차원에서 이런 인식과 고민이 없는 겁니다. 여기서부터 공동체라디오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런 정부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동체라디오와 현재 전국적으로 저변이 넓혀지고 있는 마을미디어들, 그리고 이에 함께 하는 세력과 함께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Q. 지역미디어센터도 공동체미디어 활동의 저변이 확대되고, 공동체라디오와 같은 공동체미디어를 운영할 주체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미디어센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지금은 지역미디어센터의 역할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미디어교육을 중요한 역할로 했다면 이제는 주민들의 미디어참여를 핵심적인 역할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소통을 만들어내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이를 위해선 단순한 미디어교육보다는 시민미디어나 마을미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봅니다. 온라인을 이용한 1인미디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마을미디어나 공동체미디어에 좀 더 주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공동체라디오를 지역에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활동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지자체 차원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정책이 추진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공동체라디오방송에 대해 지자체(지역정부)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지자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마을공동체미디어나 공동체라디오나 모두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요. 공동체미디어는 공동체의 힘으로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미디어입니다.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디어를 도구로써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지자체가 큰 관심을 가지는게 필요합니다. 최근 지자체 차원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 조례를 만들고, 마을미디어센터를 만들어나가는 곳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활동을 지자체의 기본 책무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팔 길이 원칙에 따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꼭 갖고 있어야 하고요.

 

공동체미디어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하고 이 관심은 참여로 이어지게 됩니다. 주민의 참여가 있어야 지역공동체가,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는 것은 당연한 거죠.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특히 공동체라디오는 좀 더 큰 규모의 시설과 재정을 필요로 하는데요. 민간의 힘으로만 운영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역공적자산이라는 생각으로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해서, 민간이 주도하여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Q. 공동체라디오방송국에서 영화/독립영화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공동체라디오는 기본적으로 독립문화예술 활동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포FM의 경우 독립영화 관련 프로그램들이 방송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있어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독립영화감독들이 방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열리고 있는 서울독립영화제나 인디다큐페스티벌, 여성영화제, 환경영화제와 같은 독립영화제들을 소개하고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울 말고 지역에도 독립영화인이나 영화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생긴다면, 지역 영화인, 독립영화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올해 하반기, 그리고 내년,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의 활동계획에 대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공동체라디오 활성화에 올해와 내년이 무척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현재 있는 공동체라디오방송국들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는 문제를 넘어 공동체라디오를 확대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지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공동체라디오활성화 종합계획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신규공동체라디오를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와 공동체라디오 설립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영역인 제3영역이 정부의 방송정책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쳐나갈 예정도 갖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