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필름에이지 8년, 지역영화의 천국을 꿈꾸다

글_윤수안 / 필름에이지 대표


새로운 시작, 필름에이지

2000년 중반 한겨레 영화연출학교를 수료하고 내려 온 광주는 영화제작 환경에 있어 여전히 불모의 땅이었다. 어쩌면 이런 열악한 환경이 영화제작에 대한 오기를 더 심어 줬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제작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함께 영화를 만들 사람들. 그래서 광주영화창작집단을 시작하였다. 대학영화동아리 출신 몇 명과 당시 막 개관한 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 지역영화감독 등 10여명과 함께하였다. 광주영화창작집단은 영화 제작을 위한 모임이었다. 10명 모두는 1년에 한편 이상의 영화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각자의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발전 시켰다. 분기별로 1년에 4번 상영회를 진행하였다. 이 활동은 2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창작자 이전에 각자 생활인로써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고민 속에 눈에 들어 온 것이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이었다. 뜻이 맞는 여섯 명의 광주영화창작집단 구성원들과 2011년 그렇게 필름에이지를 시작하였다.


 

필름에이지 8, 그동안 무슨 일을 했나?

필름에이지의 주력 사업은 영화와 홍보영상이다. 영화는 비전을 실현시키고 공익을 위한 활동이었고 홍보영상은 회사의 이윤을 창출하는 일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홍보영상을 만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영화를 만들기 위한 상상력과 표현 기법이 홍보영상을 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영화는 영화고 홍보영상은 홍보영상이었던 것이다. 이상과 현실에 괴리가 있듯이 필름에이지 여섯 명의 구성원은 새로운 환경을 받아 들이는 정도가 달랐다. 2년이 지나는 시점에 두 명의 구성원이 필름에이지를 그만 두었다. 그 때 리더로써 갖게 된 상실감과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스스로가 성장한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필름에이지는 영화와 관련된 많은 일들을 하였다. 2편의 장편 극영화를 제작하였고 20여편 가까이 되는 단편영화, 마을영화 등을 제작 하였다. 또한 광주와 전남지역의 아동, 청소년 영화제작교육을 진행하였다. 특히 거문도, 낙월도 등의 도서 지역의 아이들과 진행한 영화교육 등은 즐거움과 함께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가상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하고 자신들이 영화배우로 출연하는 것을 섬마을 아이들은 특별한 놀이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해서 찍은 영화를 함께 보는 상영 시간은 영화교육의 절정이다.

필름에이지는 영화상영 활동도 끊임없이 진행하였다. 산간 도서 지역을 돌아다니며 영화를 상영하는 일들은 낭만적이면서도 즐거운 일이었다. 광주독립영화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산간 도서지역 야외 상영회에서는 필름영사기를 가지고 가서 상영하였다. 제작에 있어서도 제작비가 부족한 지역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장비를 빌려 주는 등의 활동 등을 하였다. 이렇게 필름에이지는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하였다. 이러한 사업들은 공익적 목적으로 필름에이지의 비전을 찾는 활동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제작교육 사업이나 찾아가는 영화상영 사업들은 필름에이지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단체들이 하나 둘 생겨나게 되었다. 필름에이지는 그 동안 잘 다루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필름에이지, 마을영화를 만나다

2012년에 광주사회적기업 중간기관에서 화순군 도암면 도장마을을 연결해주었다. 마을에 관한 영상을 만들고 싶어하는데 이야기를 나눠 보라는 것이었다. 도장마을은 밭노래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역 문화재로도 등록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밭노래 원형이 잘 보존 되어 있는 곳이다. 나는 담당자와 미팅 현장에서 영화를 같이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마을의 문화자원인 밭노래를 모티브로 해서 말이다. 주민들은 흔쾌히 동의 했고 바로 스토리텔링 작업에 들어갔다. 주민들과 몇 일 간의 대화 끝에 시집살이와 밭노래의 가사 내용을 결합한 시놉시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두 편의 단편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주민들은 두 집단으로 나뉘어 두 편의 영화제작에 참여 했다. 제작 스텝은 필름에이지가 진행하고 연기는 마을주민들이 직접 하였다. 아흔이 넘은 이 마을의 최고령 할머니도 참여 하여 열연을 하였다. <개버선>은 시집온 젊은 새댁이 개가 물어간 버선을 찾기 위해 고군 분투한 변사극이고, <아람차고>는 시집살이에 못 견딘 며느리가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선다는 노래극 이다. 영화 제작을 모두 마치고 그해 겨울, 마을회관 앞 야외에서 상영을 했고 마을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나주에서의 마을영화

나주시는 혁신 도시다. 16개의 공공기관이 옮겨 왔고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섰다. 반면에 나주의 시골 마을들은 해체되고 있었다. 도시와 농촌의 간극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영화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나주나빌레라 센터와 함께 마을 영화를 제작하기로 하였다. 면 단위 마을로 들어가 마을에 대해 고민하고 마을이 갖고 있는 문제를 소재로 하거나 문화자원을 토대로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2015년부터 시작한 전남 나주지역은 벼락 맞은 팽나무, 진동마을 풍물놀이, 향교, 느티나무 숲, 경로당 등 다양한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상영회는 마을영화 과정의 필수다.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촬영과 편집이 있어야 듯 마을영화가 완성이 되려면 상영회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마을의 주요 공간에서 영화를 함께 보고 즐기는 활동드을 통해 마을영화가 추구하는 공동체의 복원이 이루어진다.


 

도시에서 마을 영화를 하다

2016년부터는 마을영화를 도시에서 시작하였다. 광주 북구 중흥2동과 함께 간뎃골 마을영화제를 개최하였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도하는 최초의 마을영화 사업이다. 2018년 현재 3회 째를 이어가고 있다. 매년 5월부터 두 달 정도 중흥2동을 중심으로 주민배우를 모집한다. 그리고 7월에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마을영화 제작과정에 들어선다. 7,8월에는 주민들과 함께 스토리텔링 작업과 연기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9월에 8회차 정도의 촬영이 이루어지고 10월에 마을영화제를 열어 함께 본다.

도시의 마을영화 특징은 주민들이 자발적이고 열정적이라는데 있다. 자발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대게 15명 정도의 주민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하는데 생활에서 다져진 생활연기가 배우 못지않은 리얼함을 준다. 촬영 장소도 주민들의 집이나 주민들이 운영하는 점포에서 진행한다. 주택 가정집, 흥신소, 병원, 상담소, 주점, 미용실, 인력사무소 등 모든 공간을 중흥동 내에서 모두 협찬 받았다. 현재 3년째를 진행하고 있는 중흥2동 마을영화는 매년 출연 주민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45분의 단편영화로 주민들의 열정과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엔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다양한 마을영화에 주민 배우들을 분산 출연 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마을영화 제작 편수가 더 늘어나야 하고 더 많은 지역 감독과 제작 스텝들의 결합이 필요하다.


 

지역영화, 천국을 꿈꾸다

필름에이지를 시작한 여섯명은 8년이 지난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여섯명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영화를 창작하고 있다. 현재 필름에이지에 남아 있는 원년 멤버는 두 명이다. 두 명은 2년차에 퇴사했고 또 다른 두 명은 4년차, 5년차에 각각 그만 두었다. 여섯 명 모두 지역에서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그 중 두명은 매년 영화제에 출품되고 수상하는 영화들을 만든다. 원래 필름에이지는 구성원들의 영화창작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구성원 중 자기 작품을 만들 시기가 오면 연차를 몰아주거나 충분히 작품 제작할 시간을 준다. 회사가 보유한 장비도 무료로 제공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영상을 통한 이익 창출은 더딘 편이다. 하지만 필름에이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 넉넉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름에이지는 나아갈 길을 탐구하고 있다. 현재 마을영화와 지역 영화제작사가 결합하는 새로운 길을 실험을 하고 있다. 지역의 영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지역 영화단체들과 함께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주요한 성과가 광주독립영화전용관이다. 현재 지역 영화인들을 육성하고 지역 고유의 영화 트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머지않아 영화센터라는 이름으로 필름에이지와 지역 영화인들의 염원이 성취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