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미디어 경청' 청소년 동아리 활동을 소개합니다

글_박성언 / 미디어경청 남부센터 멘토링 강사

1. 들어가며

 

필자는 경기도 교육청 청소년 방송 미디어 경청’(이하 경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멘토링 강사이다. 경청은 영상을 비롯해 신문(칼럼이나 뉴스), 라디오(팟 캐스트) 그리고 포토&(한 줄 포토, 웹툰) 등을 경기도 권역 내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을 깔아주는 곳이다. 여기서 나의 업무는 경청이란 놀음판에서 학생들이 잘 놀다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안내자이다.

 

1년 가까이 경청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학생의 멘토링을 담당해왔고 그중에서도 꾸준히 멘토링을 담당하고 있는 H 중학교 동아리 학생들을(이하 ‘H 동아리’) 대상으로 같은 동아리, 다른 프로젝트에 따라 학생들의 참여도, 만족도 그리고 결과물의 다름을 통해 청소년 동아리 활동의 장단점, 어려움 그리고 개선해나갈 방향에 대해 짧게나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H 동아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2

3

합계

1

4

1

6

2

 

1

3

합계

3

4

2

9

 




2. “같은 동아리, 다른 프로젝트

 

H 동아리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청소년 영화제 출품을 위한 영상 제작이었다.

동아리 내 3학년 학생 2명이 찾아와 출품작을 제작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선배들의 말에 이끌려 별다른 이견 없이 참여하게 됐다. 스토리를 구성하고 스토리보드 작업을 마친 후, 테스트 촬영까지 아주 순조롭게 흘러갔다. 먼저 의견을 제시했던 3학년 학생들은 물론이고 다른 학생들도 배우로 참여하거나 촬영을 맡아 즐겁게 작업을 마쳤고 편집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촬영 푸티지를 함께 시사할 때까지만 해도 편집 방향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고, 2학년 편집자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곧 학생들의 관심도는 떨어졌고, 촬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편집 담당 학생은 컷의 순서까지 헤매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성인들의 작업 현장에서는 편집할 때 연출자가 함께하는 것이 맞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나는 연출자, 너는 편집자각각의 일을 완벽하게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있고,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즐겁게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업무가 되어버리고 거기에 보태어 출품 날짜라는 마감이 정해져 있으니 편집자는 숨어 다니다 못해 아픈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국 난 3학년 학생들의 동의를 구한 뒤 편집자에게 영화제 출품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너의 생각대로 편집을 해보라고 권유했고 그 학생은 그날 새벽에 영상을 마무리해서 내게 보내왔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H 중학교 축제 영상제작이었다.

가을 축제를 맞이하여 H 동아리 학생들은 학교를 대표하여 축제 영상을 제작하게 되었고 또다시 3학년 학생 2명이 찾아와 내게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옆에서 가끔 훈수만 둘뿐 그들 스스로 영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기획과 회의 그리고 제작까지 걸린 시간은 채 3일이 되지 않았다. 대망의 편집만이 남아있을 때 영상의 책임자는 첫 번째 프로젝트와 같은 편집자를 데리고 나타났고, 편집을 함께 해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첫 번째 프로젝트의 최종본이 완성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난 살짝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축제 전에 영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내게 최종 영상을 보내왔고 처음 학생들이 제시했던 기획 의도와 부합하게 영상은 완성되어 있었다.

 

같은 학생들이었고 멘토링을 담당했던 강사인 나도 같았다.

 


3. 동아리 내 합리적인 역할 분담

 

우선 청소년 동아리 활동만의 특성은 같은 학년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동아리라면 최고학년인 3학년이 연출을 맡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연출자가 정확히 어떻게 영상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무감보단 감독이라는 말에 더 혹하는 것 같다. 후배들은 선배의 말을 듣고 따르는 경우가 많고 자신들의 발언권이 확보되지 않아도 그리 신경 쓰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H 동아리의 참여도와 만족도는 두 개의 프로젝트 모두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높게 나타난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영상을 공유한다거나 그 무엇을 말하든 신선한 아이디어로 평가되는 일은 학생들에게도 나름 즐거운 일이다. 제작 프로덕션에서도 같이 만들어나간다는 공동체 의식이 제작 기간이 힘들어도 마무리 짓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문제는 후반 작업 즉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항상 터진다.

비단 H 동아리만의 문제는 아닐 터인데, H 동아리의 경우 촬영이 끝난 직후 9명의 인원에서 편집자 1명을 제외한 8명은 영상의 완성을 재촉만 할 뿐 자신들의 역할은 끝이 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 자신들의 역할이 정말로 끝났다고 믿는 경우, 둘째 촬영 결과물이 예상과는 달리 좋지 않아 흥미를 잃어버릴 때, 셋째 후반은 편집자 혼자 오롯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등 이유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같은 결론을 가진다.

그것은 내 몫의 일이 아니다

 

2018년을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영상제작은 더는 신기하고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작업이 아니다. 학생들 스스로 원한다면 얼마든지 손쉽게 미디어를 창조해낼 수 있다. 쉬운 창작의 장점과 맞물려 학생들에게 영상은 편하게 작업하고 싶다는 욕구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편함과 더불어 동아리 전체가 함께해나가는 작업인 제작 프로덕션 단계까지는 흥미를 잃지 않고 그나마 참여를 하지만 소수의 인원만이 작업해나가야 하는 포스트 프로덕션 편집의 단계에서는 다들 손을 놓는 것이다. 혼자서 판단하기 어려운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올 것이고 마무리 짓지 않아도 된다.’라는 나의 말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편을 완성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4. 청소년 동아리 활동에서 함께의 의미

 

학생들의 멘토링을 담당하면서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이다. 어느 정도의 개입과 어느 정도의 방관이 이루어져야 하는 건지 그 적정선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 다르듯 원하는 기대치도 다르다. 내가 생각할 때 적당한 것이 어떤 학생들에겐 오지랖과 부담일 수 있다.

다만 많은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면서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은 어느 정도의 책임감과 부담감 역시 그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은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동아리 활동은 혼자가 아닌 끝까지 함께라는 것이 청소년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점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역할에는 단독이 아닌 2인 이상을 같은 팀으로 꾸려주는 것이 부담의 분배화를 실현해 중도에 포기할 수 있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선후배를 한 팀으로 묶어 활동하게 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후배들의 발언권과 동아리 활동 내 비중을 높여주기 위해 선배들과 같은 역할을 제안하게 된다면 후배들은 단지 작업자가 될 뿐이다.


 


5. 나오며

 

청소년 동아리 활동은 완전한 자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작은 스스로 원해서였지만 동아리라는 단체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서열이 잡히기 마련이고 단독으로 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 개개인의 생각이 들어가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어쩌면 3학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동아리 활동의 유연성을 위해서는 끝까지 함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학생들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도록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생각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학생들의 이야기가 비현실적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현실화시켜줄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것은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