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과 전문성, 그리고 공공성을 고민합니다

글_미디어스코프

[편집자 주]

전국 74 기초자치단체가 출연한 문화재단을 회원으로 하고 있는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이하, 전지연) 손경년 회장을 만났다. 전국의 지역문화재단들은 해당 지역의 특성을 기반으로 일반적으로 시민들의 문화향유 및 주체적 참여, 예술생태계 조성이라는 설립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구의 연합회인 전지연은 지역미디어센터와 상호협력 및 정책체계 수립방향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대표적인 단체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래 내용은 현재 부천시민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 부천문화재단 대표이기도 한 전지연 손경년 회장과 나눈 이야기를 요약, 정리한 내용이다.




Q. 본인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광역을 제외하고 기초자치단체가 출연한 최초의 문화재단이 부천문화재단입니다. 저는 영국에서 예술경영과 문화정책을 공부하고 200110월 출범한 부천문화재단 경영지원팀장으로 일을 시작했고 다음 해에 재단 내에 문화정책실을 만들어 실장으로 일했어요. 200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약 3년 정도 문화도시조성 관련 일을 했고, 상지대 초빙교수를 거쳐 2010년에 다시 부천문화재단으로 돌아왔습니다. 본부장, 상임이사를 거쳐 현재는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부천을 떠난 기간이 있었지만, 제가 다시 부천에 돌아와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부천이 제가 겪었던 짧은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 준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2년부터 지역문화재단들이 모여 전지연 설립을 꾸준히 추진해 왔는데 작년에 비로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법인설립허가가 났습니다. 올 초 저는 제 5대 회장에 선출되었고요.  


손경년 (사)전국지역문화재단협의회 회장 <사진 부천문화재단 제공>



Q. 지역미디어센터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는 문화재단이 많아서, 문화재단에 대해 아는 분들은 많지만 전지연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201810월 기준으로 기초자치단체 출연 문화재단(이하, 지역문화재단)이 총 74개입니다. 설립된 재단은 준회원이 되며, 전지연에 회비를 내는 56개 지역재단은 정회원입니다. 권역별로 지역문화재단 대표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고, 지역재단 실무진들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단법인처럼 총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이고 사무국은 주로 운영위원회와 소통하며 일합니다. 지역재단은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서, 앞으로 전지연 회원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Q . 전지연의 주요 사업이나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저는 전지연이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기구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중앙정부 등 공모사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여 이를 분배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무국은 문체부의 지역문화정책과와 협의도 하면서 지역문화정책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문화재단 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사업, 지역문화재단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지역문화재단들이 지역문화진흥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돕는 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지연 사업범위 <출처 : 전지연 홈페이지)>

지금까지 문체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보조금사업을 수행해 왔는데 앞으로는 지역협력네트워크를 위한 자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도 고민하고 있어요. 또 지역문화재단 직원들이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해외의 문화기관과 인적교류를 할 수 있는 사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지자체 등에서 컨설팅이나 교육 요청도 많은 것 같습니다.

 

지역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조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지연 사무국은 연구역량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나중에 부설연구소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타 연구소나 문화단체와의 경쟁을 하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고려할 때는 이에 적절한 모델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 전지연이 지역문화재단 직원들에 대한 교육사업도 하고 있어요. 올해는 신입직원에 대한 교육을 광역자치단체 문화재단(이하, 광역문화재단)과 협력해서 했고요. 지자체나 중앙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문화정책에 대해 교육하고 이걸 직무연수처럼 정식교육으로 인증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런 인증을 받으면 공무원들의 참여도도 높아지거든요.


2018 전국문화재단 직원 역량강화를 위한 공감워크숍 '유앤미' <출처 전지연 홈페이지>

 


Q. 광역문화재단과 지역문화재단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요? 지역미디어센터는 광역형미디어센터는 방송통신위원회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직접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모델로 운영되는 기초형미디어센터는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로 묶여 협력하고 있어, 정책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둘 다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기관입니다. 광역문화재단은 광역자치단체, 지역문화재단은 기초자치단체가 설정한 목적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조례에 근거해 만든 민간기구입니다. 광역문화재단의 지역이 지역문화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상적이긴 하지만, 출연금을 주민을 위해 쓰는 것은 같아요. 그래서 둘의 통합이나 분리에 대한 논의가 있기도 하지만, 기계적인 결합이 능사는 아니며 서로의 역할을 찾아나간다는 점에서 그 시대에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기관은 역할과 기능의 차이는 있겠으나 일을 할 때 서로의 관계는 수평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산이나 정책이 흐르는 전달체계에 의한 수직적 흐름이 있지만 일이 수행되는 과정에서는 위계의 관계가 아닌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경기도에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 내 지역문화재단이 수평적으로 참여하는 경기지역 문화재단 협의회가 있어요. 상하관계가 아닌 네트워크 체계이지요. 서로 협의하고 협력하지만, 참여하는 문화재단의 독립성은 당연히 있는 거죠. 출연하는 자치단체가 다 다르고 지역의 특성에 따른 운영을 하고 있으니까요.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홈페이지 캡쳐>

지역문화재단도 이 부분은 마찬가지에요. 지역문화재단 말고, 지역의 문화원이나 여러 문화단체가 있는데 이 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고민하고, 단체들이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을 나누면 되는 거죠. 최근 흐름은 그동안 직접사업을 중심으로 해 온 지역문화재단도 단체나 시민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Q. 부천문화재단은 부천시민미디어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독립영화전용관 운영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문화재단이 지역미디어센터를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만,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하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전지연 회장이기도 하면서,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시기도 하니,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 올 해 목표로 한 개관일이 몇 가지 절차상 처리해야 하는 문제로 늦어지고 있지만 올 12월에 개관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독립영화전용관(이하, 전용관)은 영화인들의 공간이기도 하고 시민들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초점을 어디에 둘 건지는 운영하는 곳이 판단하는 것일 거고, 부천문화재단은 독립영화와 시민주체의 생활문화와 연계하는 운영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영화를 보다가, 더 다양한 영화를 보러 가고, 직접 만들어 보면서 장르에 대한 고민도 생기게 되죠. 또 영화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교육을 필요로 해요. 그렇게 전문가, 예술가들이 강사 역할을 하게 되는 거고요.

 

창작자들이 만든 영화는 결국 시민들을 만나야 합니다. 재단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겁니다. 우리는 영화상영에 관한 원칙을 최대한 지키면서 시민들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려고 합니다. 더 좋은 독립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영화진흥위원회는 제작지원을 해주어야 할 거고요.

 

 

Q. 영화의 제작지원과 관람지원에 대해 얘기했으니, 추가로 여쭈어 봅니다. 지역문화재단은 창작자/예술인에 대한 지원과 문화예술의 향유를 지원하는 생활문화활동의 지원을 병행하고 있을 텐데요, 이 둘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는 없나요?

 

부천문화재단은 모든 시민들을 위한 예술향유를 위해 사업이 구조화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구조 속에는 예술창작지원과 시민향유가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예산의 비율을 보면 시민향유의 범위를 확대하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부천문화재단은 예술가 및 전문가들과 시민들을 만날 수 있게 매개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습니다


<부천문화재단 홈페이지 캡쳐>

부천문화재단에서 말하고 있는 예술생태계라는 것은 한곳이 무너지면 다른 한 곳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창작과 지원 두 영역이 모두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콘텐츠가 나와야 향유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그동안 예산을 통한 지원의 방식을 보면 이 두 영역의 예산이 고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쪽의 예산이 다른 한 쪽으로 가버린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균형의 문제이고 파이를 키울 문제이지 서로 파이를 빼앗는 문제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들에 대한 지원과 시민들의 향유를 지원하는 정책이 모두 있으면 되는 겁니다.

 

문화민주화에서 문화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것은 꽤 오래된 일인데요, 최근 영국에서 문화민주주의를 더욱 강조하는 보고서가 나온 것이 있는데 이에 대해 해묵은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아마추어의 확대에 따른 경계의 모호함이 논쟁의 초점이었다고 하니 현재 문화민주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생활예술을 확장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이러한 논쟁이 관심이 가긴 하더군요.



Q. 끝으로 전지연의 활성화나 안정화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한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지역문화진흥법에는 지역문화재단에 대한 근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문화재단의 협의체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없는 상황입니다. 시행령에 민관협력을 위한 지역문화협력위원회에 대한 내용이 있지만, 이는 지역협력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예산 분배기구가 아닌 지역문화재단이 공공성을 가지고 전문성과 자율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전지연은 일차적으로는 사무국의 역할을 정착시키고 운영체계를 마련하여 지역문화재단이 지역에서 필요한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돕고자 합니다. 아울러, 지역문화진흥법을 다시 한번 잘 살펴보고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전지연 및 지역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여 법의 개정에 적극 개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