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센터와 사람들

늘 '함께'인 사람이 되기를

글_최란 /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공동체미디어팀


0. 인사

 

안녕하세요.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공동체미디어팀 최란입니다. 201610월에 근무를 시작해서 이제 막 2년을 지낸 아직은 새내기 팀원입니다. 공동체라디오와 마을미디어 사업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해당 분야의 교육을 기획하고, 실제 교육을 진행하거나 운영하는 것부터 후속 활동 지원과 컨설팅, 관련 행사(미니fm, 공개방송, 마을축제 등) 기획과 운영을 주로 하고, 센터의 라디오 장비 관리, 팟캐스트 제작지원, 기타 오디오 콘텐츠 관련 교육을 서포트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1. 영시미와 함께

 

처음 영시미와 함께했던 것은 라디오제작단 양성교육이었습니다. 교육 수료 후 한 달에 한편 방송을 만드는 시민제작자로 활동하다가 다음 해 진행한 미디어강사양성과정을 수료하고 강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영시미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막연한 바람들이 생겼습니다. 전공 분야도 아니고 원래 하던 일과도 전혀 다른 영역이라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바람이 시작이 되어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스태프로서 영시미와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입사 직후 11월의 영시미는 아주 바빴습니다. 뭐든 서툴고 어려웠던 그 시기에 제가 느낀 센터의 모습은 마치 책상 하나 당 각자의 사업체가 있는 듯 한 느낌이었습니다. 업무에 대한 것을 상의하거나 질문하기도 조심스럽고, 날마다 조용하고 바쁘게 지나가는 날들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곳저곳 다니며 서툰 업무를 감당하다보니 센터에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았습니다. 영시미는 어떤 곳인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영시미는 영시미에 대한 스태프들의 애정이 넘치는 공간이었습니다. 바쁜 업무에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들과 고민들이 각자에게 있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쩌면 조금 수다스럽게 서로 이런저런 업무 얘기를 하기도하고 관련성 없는 업무에도 관심을 갖고 얘기를 나누는 그런 공간으로 변하는 중입니다. 전보다 조금씩 더 함께하고 있습니다.

 


 

2. 마을미디어와 함께

 

공동체라디오와 마을미디어의 영역은 그 의미와 가치가 같으면서도 참 많이 다릅니다. 교육내용도, 이후 활동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다른데 그 다름이 무엇인지 느끼고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 답을 다 찾지는 못했습니다.

16년도 말 전북지역 마을공동체미디어활성화지원조례가 만들어지고 지역에서 마을미디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갔습니다. 그러나 조례의 실효성 문제가 불거졌고, 지원조직으로서 영시미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 한계도 있었습니다. 담당자로서 저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필요했습니다. 평소 정책적인 영역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했고, 업무 역시 아직 미숙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각각의 마을미디어 단위와 최선을 다해 함께 하는 것 뿐 이었습니다. 칭찬과 응원을 담아 교육을 진행하고, 회의 자리에 되도록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행사 현장에서는 식구이고 우리인 것처럼 지낸 시간들 속에서 어리고 부족한 저를 믿어주고 고마워해주는 많은 분들을 만나고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전주에는 마을미디어를 지원하는 공식적인 중간지원조직은 부재합니다. 영시미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지역에서 마을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교육이나 활동지원에 대한 문의들이 많아졌고 지역에 있는 공동체 관련 중간지원 조직들과 협업해야하는 일들도 생겨났습니다. 협업하는 과정에서 예산적인 측면의 안정된 지원을 할 수 있게 되는 좋은 점도 있었지만 공동체 중간지원 조직이 바라보는 마을미디어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저를 늘 아쉽게 만들었고 저 스스로에게 담당자로서의 질문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마을의 특성이나 대상의 특성을 고려하고 있는가’, ‘때로는 사업적으로만 이 활동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영시미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경직된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과만을 중시하고 있지는 않은가등의 질문 말입니다.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대여섯 팀을 포함하여 그간 열다섯 팀 이상이 활동을 시작하고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며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속해 온 공간들에게 저는 담당자로서 어떤 새로운 발판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담당자로서가 아니라 활동가로서 역량을 키워서 지금보다 더 깊이 있게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미디어들이 지치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든든한 영시미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3. 라디오 제작단과 함께

 

전주지역의 공동체라디오는 오래전부터 지속해 온 ‘DSB(덕진노인방송국)’, ‘꿈아세 라디오(정신장애인 복귀시설 라디오 방송국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 라디오)’ 그리고 조금 더 폭넓게 시민라디오 영역에서 활동에 온 영시미 시민라디오제작단등 여러 공간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의 주된 고민인 영시미 전주시민라디오제작단(이하 라디오제작단)2005년도 교육을 시작으로 매해 새로운 기수를 양성하면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왕성한 퍼블릭액세스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근무를 시작한 해에는 그 활동이 멈춰있는 상태였습니다. 당시에는 미니FM과 공개방송, 비정기적인 팟캐스트와 인터넷 방송 등 단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을 위주로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긴 시간 달려온 PA활동에 대한 피로감과 매체 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규칙 형태의 느슨한 정관을 만들고, 임원을 세우고, 소규모 자체 행사 진행을 시도하면서 라디오제작단이 가지고 있던 역량을 함께 표현해 나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전주독서대전 행사의 라디오 공개방송에서는 라디오 제작단에서 자발적으로 일부 방송의 편성과 운영을 담당하기도 했고, 제작단 내부에서는 정기적으로 방송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7, 2018 라디오제작단 양성교육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이번 교육에는 특별히 기존에 마을미디어 팀으로 활동하던 선생님이 참여하셨는데, 굳이 비슷한 형태의 교육을 받고자 했는지 수료식의 소감 나눔의 시간이 돼서야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시미가 좋아서, 영시미에서 함께하는 분들이 좋고 감사해서 이 교육을 다시 듣게 되었어요. 이익이 만들어지지 않는 곳에도 늘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시는 모습이 어떤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함께 활동하면서 작은 도움이나마 드리고 싶어요.” 영시미가 하고 있는 결과로 보여지지 않는 그 활동에 대해 큰 보상을 받는 것 같은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라디오제작단이 더 많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라디오를 매개로 소통할 수 있도록 꾸준함으로 함께하려고 합니다.


 

4. 전국 미디어센터 스태프와 함께

 

얼마 전 권역별 스태프 워크숍에서 마을미디어를 담당하는 스태프분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라디오를 주 업무로 하는 분들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저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이 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더 큰 의미를 만들어가신 분들이 많이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활동을 계속 담당하게 될지 아니면 다른 영역의 일을 맡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어떤 일을 맡게 된다 하더라도 그 일이 미디어센터의 의미와 가치를 지속하기 위한 일이였으면 합니다. 오랫동안 이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연대하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함께함을 통해서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와 영시미에게 그리고 전국에 계신 모든 스태프 분들께 응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