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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잇고 마음을 잇고 - 2016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상영스태프 워크숍
글_김진숙
사람을 잇고 마음을 잇고
2016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상영스태프 워크숍
글. 김진숙(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10월 13일-14일, 부산 감천문화마을에서 “2016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상영스태프 워크숍”이 열렸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낙후된 지역을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합쳐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으로 탈바꿈시킨 의미 있는 마을이다. 공동체 가치를 무엇보다 ‘중허게’ 여기는 우리이지 않은가! 그래, 올해는 여기다!
<감천 문화마을>
미디어센터의 상영사업 그리고 상영스태프
올해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서론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아마 이런 질문들을 하고 계실 거 같아서-! “미디어센터 ‘상영스태프’가 누구지? 미디어센터에서 ‘상영사업’을 한다는 건 뭐지?” 우선, 미디어센터에도 상영관이 있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영화관처럼 최신영화를 개봉하진 않지만, 미디어센터 담당자들이 지역민의 요구에 맞는 상영회를 열고 감독을 초청하거나 관객들의 토론장을 만드는 부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물론, 상영관이 없는 미디어센터도 있다. 하지만 이가 없다고 밥을 못 먹을쏘냐. 굳이 상영관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다양한 대안공간에서 미디어센터와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어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센터의 공공적 활동을 좀 더 활성화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리하여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상영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 많은 미디어센터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금액이지만 이런 와중에도 고무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모든 센터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사업운영을 하기 보다는 각 센터 상황에 따른 ‘맞춤형’의 유연한 사업운영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참여 센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양적인 부분뿐 아니라 상영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깊이 또한 더해지고 있다는 점, 이를 통해 지역민들의 참여도까지 높아지고 이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궁금한 게 많다, 일단 모여보자!
상영활동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그 속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센터 담당자들은 아직 궁금한 게 많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건가? 다른 센터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센터를 지원하고 있는 전미협 역시 각 센터의 상황은 어떠하고 담당자들은 어떤 고민들을 갖고 있는지 궁금한 게 많다. 이러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1박 2일간의 상영스태프 워크숍을 만들었다.
그간 여러 루트를 통해 센터 스태프가 만나고 교류하는 자리는 있어왔지만, 상영활동 담당자만을 위한 워크숍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2015년 워크숍은 일본의 마을극장 ‘덴게키 키네마토론을 소개’하는 <미디어스코프>(Vol.14) 기사에서 시작했다. 오사카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마을에 주민들이 직접 만든 마을극장이 있고, 이곳에서 주로 ‘자주적으로 제작된 영화’를 상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거다! 이렇게 해서 아망토 마을의 ‘덴게키 극장’과, 관객이 중심이 되어 공동체 상영을 진행하고 있는 부산의 ‘모퉁이극장’의 운영사례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각각의 사례발표에 더해, 일본 히로시마현의 작은 섬마을 무카이시마에서 제작되고 있는 <슈퍼 로컬 히어로>라는 영화도 함께 보면서,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상영스태프 워크숍. 처음 준비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연초부터 고민이 많았다. 각 센터의 상황들이 다르고 그에 따라 센터 스태프들의 필요나 요구가 각기 다른데, 이것들을 어떻게 모아 1박 2일의 프로그램으로 녹여낼 것인가. 그리고 바빠서 혹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워크숍을 ‘외면’할 지도 모르는 스태프들을 어떻게 꼬실 수 있을까 하는 고민까지. 상영 담당자들과 공동기획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 테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받았다. 응답결과는 실로 놀라웠는데,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제안들로 스태프들의 욕구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유사한 응답들을 확인하며 상영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들도 엿볼 수 있었다.
<상영스태프 워크숍에 참여해주신 고마운 분들>
일 년에 한 번, 함께 듣고 배우고 공감하는 시간
올해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상영활동 : 지역 네트워크하기”, “우리 지역에 맞는 프로그래밍 : 상영 프로그램 기획/진행하기”라는 제목으로, 각각 강연과 센터 사례발표를 ‘세트’처럼 구성해 진행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에서는 대구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김영숙 센터장님이 (마을)공동체의 이해와 가치에 관한 이야기, 공동체 단위로 진행되는 대구지역의 미디어활동 사례들(도서관, 협동조합 등 마을단위의 공동체 단체 혹은 동성아트홀, 오오극장 등 공동체 상영관 등), 그리고 활동을 하며 부딪쳤던 문제들, 한계, 고민 등을 나누어주셨다. 다른 무엇보다 마을공동체 내 시민주체와 마을미디어 활동가 발굴의 중요성, 그리고 미디어-마을공동체 간의 잦은, 그리고 적극적인 만남이 필요함을 강조하셨다. 김영숙 센터장님의 강연이 옆 반 ‘우등생’의 공부비법을 전수받는 시간이었다면, 원주영상미디어센터 한누리 선생님의 사례발표는 우리 반 ‘우등생’의 치열했던 활동과정을 듣는 자리였다. 원주센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동호회 나무와 원주 시민들로 구성된 상영기획위원회 소개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두 번째 영화 프로그래밍에 대한 강연은 부산국제영화제 김영우 프로그래머가 맡아주셨다. 무려 영화제 기간임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상영스태프들을 위해 흔쾌히 참석해주셨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공공성/접근성의 문제에 입각해 미디어센터 상영뿐 아니라 영화제와 같은 대안적 상영회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 등 보다 근본적인 지점을 짚어주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많은 공감을 샀다. 단발적인 이벤트성 상영회나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는 프로그램 기획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시야로 새로운 관객들, 영화 공동체를 발굴해 나가야 하는 것이 미디어센터의 역할임을 강조하며, 우리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이후,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정수진 선생님의 솔직담백한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올해 9회까지 진행된 “진주같은영화제”를 중심으로 한 사례발표였는데 비단 성공담만이 아니라 재미있는 에피소드, 실수와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까지 가감 없이 들려주어 귀를 즐겁게 해주셨다.
모자라고 아쉬운 스태프 교류, 그래서 계속 한다
이후 화려했던(!) 뒤풀이 자리까지, 워크숍 기간 내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많고 많은 이야기들을 고작 몇 시간 안에 집어넣으려니 당연하다. 또한 각 미디어센터의 상황과 조건들이 다르다 보니,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왕도라는 것은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계속해서 의견을 묻고 또 모여보고 싶다.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만남을 갖고 작은 고민이라도 서로 나누다 보면, 그리고 그게 한 해 한 해 쌓이다 보면, 혼자 고민하던 어떤 것들이 의외로 풀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각 지역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상영활동을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이어지면’ 좋지 않을까.
*워크숍 이후 전해주신 후기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 싶다.
“전국에 흩어져 멀게만 느껴지던 우리가 이렇게 연결되어있고,
비슷한 방향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위로받고 마음이 따뜻해져서 갑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연결’될 수 있기를, 그리고 함께 배우고 즐겨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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