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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영화제

글_이현주(수원영상미디어센터)



영화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사랑하는 한국에서 당연히도 사계절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영화제가 상시 열리고 있다. 영화제하면 화려한 레드카펫과 눈부시게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아름다운 배우들, 수십에서 수백편의 영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크고 화려한 행사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대부분 상상하는 영화제가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내 손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영상을 제작하게 되고 달라진 미디어환경으로 다양한 영상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영화제 역시 이런 영상들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또한 공동체, 마을 단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마을미디어가 자리를 잡게 되면서 마을과 시민이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시민영상제, 시민영화제가 전국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다. 전국에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영화제를 즐기는지 그리고 즐길 수 있는지 소개해보겠다.



젊은 청춘들이 기획한 옥상에서 벌어지는 영화판. 원주옥상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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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늦여름. 옥상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운 영화관이 되었다.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원주에 청년들이 합심해서 기획한 ‘원주옥상영화제’가 8월 30일부터 9월 2일 원주미로예술시장 옥상에서 열렸다. 돈도 없고, 기반시설도 없었던 이들은 원주영상미디어센터와의 협업으로 허허벌판 옥상에 스크린을 세웠다. 부족한 돈은 크라우딩 펀드 ‘텀블벅’을 통해 모았고, 먹거리과 볼거리 부스는 원주미로예술시장 등에 도움을 받았다. 지역의 네트워크와 자원을 적극 활용해 특색있는 시민영화제가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지역 감독들의 작품을 지역민들이 볼 수 있도록 강원도 출신 감독들의 단편을 모은 ‘강원단편선’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이색적인 영화제에 시민들도 화답하듯 많은 이들이 옥상을 찾았고 늦여름 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올해로 10살, 경남권 최대의 시민 영화제. 진주같은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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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영화제로는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올해로 10회가 된 진주같은영화제는 예술영화전용관이 없는 진주시민을 위해 다양한 예술, 독립영화와 함께 지역섹션을 통해 경남권 독립영화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영화제기도 하다. 지역섹션은 경남권 독립영화 감독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사전에 공모받고 시민프로그래머들이 섹션에 상영할 작품을 최종 선정한다. 진주같은영화제는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살려 지역작가가 그린 포스터와 굿즈 등을 만들고 있으며 특히 올해 영화제의 경우 지역 예술인들과의 협업으로 리플릿, 로고, 트레일러까지 제작하며 지역을 상징하는 시민영화제로 더욱 자리를 굳히고 있다.


미디어센터 최초의 시민프로그래머의 시작. 수원사람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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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동네에서 영화로 놀자!란 모토로 동네에서 이웃과 함께 스스로 즐기고 나누는 영화제를 지향하며 태어난 수원사람들영화제. 시민프로그래머란 단어가 생경하게 느껴지던 2014년, 공정영화협동조합 모두를위한극장과 함께 미디어센터에서는 처음으로 시민프로그래머 워크숍을 시작했다. 서로 다른 역량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시간을 같이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제의 컨셉과 의미를 정하고 상영장소 섭외, 영사와 관객대응, 관객과의 대화와 이벤트 등 영화제 전반을 운영하면서 좌충우돌의 경험과 협업의 노하우 등이 쌓여 2017년 네 번째 영화제를 앞두고 있다. 제4회 수원사람들영화제는 7명의 시민프로그래머가 합심하여 오는 12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수원영상미디어센터 2층 상영관에서 진행된다.


영화를 좋아하는 에너지와 지역 영화제의 강렬한 만남. 천안 영화왔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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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좋아하는 힘 그리고 함께 모인 사람들의 에너지가 좋은 기운을 얻었다.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시민들이 모여 조직된 ‘영화왔수다’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학습모임에서 나아가 시민프로그래머 강의와 모더레이터 교육을 통해 능동적인 영화제 기획자로 거듭났다. 이들의 활약은 2016년 천안여성영화제에서 빛을 발했는데 상영프로그램 기획, 운영에 참여하여 프로그램 선정부터 영사, 안내 등 영화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은 2017천안춤영화제로 이어졌다. 앞으로 천안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천안’을 중심으로 시민모더레이터로 활동하여 천안시민과 영화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낼 작정이다.



오세요. 한국영상문화제전! 시민들이 만든 다양한 영상물이 모두 모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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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문화제전은 각 지역의 시민영상제작자들의 작품들을 상영하고 사례를 발표했던 지역영상미디어센터연합워크숍과 청소년, 시니어 관련 영상제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 결과물을 개별적으로 공유, 발표했던 자리를 하나로 통합한 시민영상문화축제다. 전국 미디어센터를 통해 시민들이 제작한 다양한 영상물을 한자리에서 보고 즐길 수 있으며 우수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시민들의 영상제작을 독려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한국영상문화제전에서는 새롭게 떠오르고 영상미디어 기술을 경험, 체험할 수 있는 자리와 함께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세미나, 토론회 등도 열린다. 한국영상문화제전2017은 오는 12월 7일~8일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일본에 시민들은 이렇게 모여 영화를 즐깁니다. 마을극장 ‘덴게키 키네마토론’
오사카 나카자키초에 위치한 아망토에는 마을극장 ‘덴게키 키네마토론’이 있다. 아망토는 오사카 나카자키초에 위치해있는데 100년이 넘는 전통 가옥이 다수 남아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도시개발이 지연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젊은이들이 모여 십여 년 넘게 대안적인 삶의 방식과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마을극장이 있다. 이 공간에서는 누구나 영화를 상영할 수 있고 영화제를 기획해서 운영할 수도 잇다. 다양한 영화들을 수용하는 공간으로 영화를 공유하고 확산하며 사람들과 교류하고 연결해주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기도 하다. 아망토의 예술가들의 즉흥적인 영화 촬영에는 마을 주민들이 참여했고, 이 영화는 당연히 마을극장에서 상영된다. 그리고 몇 해 전 네팔에서 큰 지진이 나자 네팔을 돕기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까란 고민하다 마을극장에서 영화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지진피해복구 지원금으로 보냈다. ‘덴게키 키네마토론’은 영화관이 영화를 보고 즐기는 영화에 대한 활동만 하는 공간이 아닌 영화를 ‘통해’어떤 활동도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 해당 글은 “마을극장 ‘덴게키 키네마토론’을 소개합니다”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덴게키 키네마토론 관련 기고글
https://goo.gl/DGsNrY


덴게키 키네마토론 홈페이지(일본어)
http://amanto.jp/groups/tengeki/httpamanto-jpgroupstengekiabout/



** 우리동네, 우리마을에는 어떤 시민영화제(영상제)가 열릴까?




경기도 성남, 성남사는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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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들이 모여 만든 성남사는영화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영화프로그래머 수업을 통해 영화제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올해 성남사는영화제는 10월 18일과 25일 성남미디어센터 미디어홀에서 진행되었다.




전라북도 전주, 폴링 인 전주-시민참여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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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전주영화제, 가을엔 폴링 인 전주. 전주영화제 화제작과 시민참여섹션을 상영한 폴링 인 전주. 시민참여섹션은 시민프로그래머들이 영화 선정과 관객과의 대화를 참여하여 완성된다. 전주의 시민프로그래머들은 전주 관객 모임을 더욱 활성화하여 전주시민영화제를 다시 부활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중이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마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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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는 사회, 마을, 시민이 밀접하게 연결된 주제를 중심으로 10월 26일~27일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성북마을영화제를 개최했다. 마을과 미디어를 중심으로 시민들과 다양하게 소통해온 센터의 내년 영화제가 기대된다.




서울시 강서구, 강서힐링영화제
http://gsmedia.gangseo.seoul.kr
강서구민을 위한 강서힐링영화제는 올해로 3회가 되었다. 올해 영화제는 ‘멘토’란 주제로 다양한 영화 상영과 함께 밴드공연과 영화심리치유 전문가와 영화전문기자와의 씨네토크도 운영되었다.




서울시 은평구, 늘씨네
www.facebook.com/neulcine
은평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위치한 늘씨네는 ‘늘씨네와 벗들’이라는  정기상영회를 통해 소셜피플을 중심으로 영화상영과 이야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모퉁이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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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개개인의 다양한 역량을 중심으로 주체적 참여의 장을 마련하고자 생겨난 모퉁이 극장은 부산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40계단’에서 ‘찾아가는달빛극장’을 운영하며 지역과의 소통을 확대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