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 영화 공동체 '상구네'를 소개합니다

글_김태일 /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감독님 본인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김태일 :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어요. 다행히 현재까지도 계속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으니 운이 좋은 사람이죠. 상구네 제작 집단에서 형식적 대표를 맞고 있고 민중의 세계사 네 번째 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푸른영상에서 <원진별곡>, <어머니의 보랏빛 수건> 등 국내의 시대적 아픔을 다룬 작업을 해오다가 민중세계사연작을 기획하면서 가족공동체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꾸려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상구네 시작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소개부탁드립니다.

 

김태일 : 민중의 세계사 1<오월>를 준비하면서 솔직히 전문스텝으로 작업하려고 했었는데 제작여건상 어려웠구요. 이번 <올 리브 올리브>로 감독으로 데뷔한 주로미 감독이 그 당시 조연출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보자고 제안했고, 해외 쪽 작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방법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Q 상구네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다른 가족들의 항의(?)는 없었나요?^^

 

김태일 :  솔직히 이름을 지으려고 오래 동안 고민하던 중에 이웃에 살고 있던 화가 친구가 어느 날 술 한 잔 하는데 좋은 이름 하나 있으면 제안해 보라고 하니 상구네 이름이 좋겠다며 제안했고 저도 거창하고 예쁜 이름 보다는 평범하고 소박한 느낌이 들어 가족이 함께 결정했습니다. 가끔 송이가 왜 송이네로 안했냐고 따질 때가 있어 오빠가 독립하면 그때 너 이름으로 바꿔준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런 소리를 안 합니다. 상구는 커가면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Q 개인작업과 비교했을 때 가족과 함께 만드는 방식이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태일 :  개인 작업은 혼자서 모든 문제를 풀어가거나 필요한 역할을 맡을 친구를 구해서 하면 되지만 가족시스템은 역할분담이나 작업에 대한 책임감이 서로 다르죠. 뭐랄까 이름만 있지 실제 제 역할을 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아이들이 감독 보다는 아빠로 여기기 때문에 편하게 대하는 점은 좋으나 작업에서 역할에 대해 지적하거나 책임을 따지기 어렵죠. 그러다 보니 초기 작업에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진행 했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을 맡기고 가자니 부담스러웠고 함께 하기엔 힘들 것 같아 많이 주저하기도 했어요. 뭐랄까 큰 기대 없이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이게 전부가 아닐까 하는 심정으로 하게 되었기 때문에 욕심은 크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Q 상구네의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 궁금합니다.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어떻게 기획하나요? 현장에서 진행할 때의 역할과 마무리 할 때의 의견반영 방식 등 각자의 업무나 역할이 어떤지 알려주세요.

 

김태일 :  민중의 세계사 10부작은 처음부터 대륙별로 나라별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 기획을 했구요. 구체적인 장소나 인물이 설정이 안 되었을 뿐이지 큰 틀은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 때는 제작회의 겸 가족회의를 많이 했습니다. 일단 아이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회의를 많이 진행한 편입니다. 가족 시스템은 작업이외의 일상도 같이 하기 때문에 관계가 매우 중요하고 서로 신뢰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서로 대화를 많이 하기위해 작업을 핑계 삼아 가족회의를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이 가능하면 편하고 쉬운 역할들을 주고 즐겁게 작업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구요. 그래서 제작보조나 촬영 보조를 맡기고 작은 카메라나 핸드폰을 줘서 관심을 가지게 신경 썼구요. 작업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상구는 미디액트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강의도 듣고 하면서 나름 영화에 대한 공부와 작업에 있어 역할을 하게 되어 상구네 시스템이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보구요. 현장에서는 이번 4편 때는 상구가 촬영과 조연출을 담당하고 송이는 학생이라 방학을 이용해 함께 하며 스틸과 자료정리를 맡겼습니다.

 

Q 아무래도 가족과 일과 생활을 함께 한다는 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힘듦도 따를 수밖에 없을 텐데요. 함께 작업하면서 가족에게 생긴 변화가 있었나요

 

김태일 :  한 작품 한 작품이 고비였고 힘든 시간들이였죠. 서로 밑바닥을 드러내고 볼 수밖에 없는 시간 이였습니다. 그래서 내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부끄럼도 가졌었구요. 그래도 아이들이 잘 참고 견디면서 함께 해준 걸 늘 고맙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올 리브 올리브> 작업 때인데요. 예루살렘에 도착해서 첫날 회의 때였습니다. 밖에는 집회가 있어서 이스라엘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청년들로 다마스쿠스 광장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함성소리가 들렸구요.

저희는 어느 곳으로 갈지 누구를 촬영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 이였는데 회의 때 상구가 그러더라구요, 아빠는 다큐 제작경험이 20년이 넘었는데 뭘 촬영할지 어디로 갈지 이렇게 무대책으로 계획 없이 올 수 있느냐고 얘기 하더라구요. 아마도 불안한 상황과 자신이 보기에 뭔가 분명하게 준비되지 않은 것들이 대개 힘들었나 보구나 생각했죠. 그렇지만 우리 작업이 스타일상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우리가 직접 대상을 만나고 선정하는 촬영 방식이라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했지만 현장에선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거죠. 그날 내 작품의 방향과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스텝들 때문에 다시는 가족과 함께 작업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죠. 여기서 상구네 시스템이 끝나는구나, 더 이상 이런 방식을 작업하기 힘들겠구나하는 생각했었죠.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Q 온 가족이 영화/영상 작업으로 밥 벌어 먹고 살기참 녹록치 않을 것 같은데요. 상구네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상구네만의 태도나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태일 :  특별한 것이 있는 건 아니구요. 해외 작업을 하고 나서부터 기존에 조금 해오던 알바들이 끊기고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서 고민하던 차에 팔레스타인에서 맛난 툴카렘의 핫산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1차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청소 노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이해를 구했구요. 독립다큐를 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는 항상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 아직 힘이 남아 있는 한 뭐든지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자고 했구요. 주로미 감독이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함께 해줘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또한 청소 일을 하면서 작품에서 만나는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에 대한 공부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민중의 세계사 기획으로 <오월>, <웰랑 뜨레이>(캄보디아), <올 리브 올리브>(팔레스타인) 등 세 편의 작품을 발표하셨습니다. 현재 계획 중/진행 중인 작업을 소개해주세요.

 

김태일 :  4편은 준비 중인데요. 동유럽의 로마니(집시)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유럽 특히 발칸지역은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를 가졌고 전쟁과 내전으로 인한 고통이 오랜 세기 계속되어 왔던 곳입니다. 특히 보스니아는 모든 문제들을 안고 있는 곳이고 그중에서도 로마니(집시)는 유럽사회에서 가장 멸시받고 타자화 되어 있는 집단이자 민족입니다. 로마니(집시들은 스스로를 롬 또는 로마니 부름, 집시는 멸시의 의미가 담김)들의 살아온 삶과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담는 작품 제작을 시작 했구요. 제작지원을 받으면 바로 촬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Q 역사책이나 매스미디어에서 다루는 시점이 아니라 보통사람의 시선으로, 세상과 얽혀있는 사람을 보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계십니다. 본인이 독수리의 시선이 아니라 벌레의 시선으로라고 밝힌 적도 있는데,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관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태일 : 세계사는 유럽중심의 역사이자 차별의 역사입니다. 인간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역사를 보면 우리와 타자를 구별하고 배제하는 모습을 담나내고 있죠. 식민지배나 전쟁을 통해 강자만이 모든 것을 누리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상은 평화롭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며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피부색, 연령과 성을 넘어서 인간임을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하는 것 그 지점에 저의 카메라가 서있길 바랍니다.

 

Q 영화를 가지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또 지역미디어센터와 같은 곳에서 가족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떤 게 좋을까요?

 

김태일 :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지만 또한 인간은 함께 할 때 엄청난 큰일들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 보자면 어떤 가족이든지 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갑니다. 가족안의 문제들은 대부분 소통이나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는 게 많지만 각자 생활로 인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근데 영화나 영상을 매개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고 상대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러면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고 풀어가는 것이라 봅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은 거대 담론이 이 아니라 일상과 가족 안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 평등하고 평화롭게 사는 법을 터득해야 세상도 평화로 울 거라 보기 때문에 이런 시선으로 가족을 내밀하게 살펴보는 프로그램이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