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시민이 만들어 가는 지방선거, ‘전주 우리동네 선거방송’을 소개합니다

글_박민 / 전주 우리동네 선거방송 기획단장

6·13 지방선거에서 시민이 주체적 역할을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선거방송 모델이 실험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소홀히 다뤄졌던 기초의원 및 광역의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한 시도다.


전북지역에서는 지난 427일 전북마을공동체미디어활성화네트워크,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티브로드전주방송 3자간 MOU를 시작으로 전주 우리동네선거방송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이미 기획단 등을 통해 기본 얼개를 만들었던 우리동네선거방송프로젝트는 크게 세가지 영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유권자의제중심의 지방선거를 위해 516일 티브로드전주방송 스튜디오에서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마을미디어 활동가가 패널로 참여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뤄져야 할 주요 유권자의제를 소개할 예정이다. 유권자의제는 우리동네 선거방송팀이 지역유권자들과 인터뷰한 내용과 마을미디어들의 지역밀착형의제 그리고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시한 공통의제로 구성된다. 두 번째는 기초 및 광역의원 소개 및 공약검증 활동이다. 미디어선거가 기초 및 광역단체장 중심으로 편성되다보니 지역 유권자들이 기초 및 광역의회 후보자들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우리동네 선거구에 어떤 후보가 나오고 그들이 제시하는 지역공약은 무엇인지를 마을미디어가 앞장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동네 선거방송팀이 기초 및 광역의원 후보자 기본 프로필과 인터뷰영상, 해당 선거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고 SNS 및 케이블방송을 통해 정규편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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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후보자 토론회다. 전주에서는 송천동 광역선거구 후보자토론회와 우아동 기초의원 선거구 후보자토론회 등 총 2회의 후보자 초청토론회가 준비되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방송과 지역일간지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후보자 초청토론회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에 국한되어왔다. 지방의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기대할 수 없었다. 주류미디어의 시공간적, 실무적 한계 탓이지만, 광역미디어로서의 주류미디어의 역할규정과도 맞물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역 및 기초의회를 구성하는 지방의원들은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지방의회는 지역 기득권정당에 의해 독점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지방의회는 역시 같은 정당 소속의 단체장과의 밀월 속에서 의원 개개인의 사익 실현의 통로로 악용하는 악순환구조가 반복되어 왔다.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논란이나 외유논란, 막말이나 각종 이권사업 개입 등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기초 및 광역의원 후보자에 대한 선거방송토론회는 지방분권개헌 등 지역자치권 확대에 걸맞은 책임있는 지방의회 구성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동네 선거방송은 이제 막 첫걸음을 떼고 있을 뿐이다. 위에서 언급한 활동들 역시 전체 선거구 중 일부에 국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동네선거방송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방자치의 핵심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선거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던 기초의회 및 광역의회 의원선거가 유권자의 주목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미디어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서의 정신적 구조물 즉 프레임(frame)’을 만들어낸다.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인 인간의 뇌는 태도대상물에 대한 인지처리 경로를 중심경로주변경로로 배분함으로써 한정된 인지적 자원의 효율적 처리를 시도한다. 자기와 관련성이 높고 중요한 문제일수록 인지자원의 배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덜 중요하거나 관련성이 적은 문제일수록 한정된 인지자원에 맞추어 사고하는 한정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추구한다. 이 때 인지적 무의식(cognitive unconscious)’이라고 부르는 프레임(frame)’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계획, 행동방식 나아가 그 행동의 결과까지 좌지우지한다. 지금까지 지방의회는 유권자에게 덜 중요하거나 관련성이 적은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설령 개인적 관여도가 높다할지라도 관련 정보를 추구할 통로 자체가 제한되어 있었다. 이런 조건에서 주류미디어가 제시하는 프레임은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다선의원 배려론이나 텃밭정당론, 개발담론 등 각종 기득권 프레임이 판치는 지방선거구도가 만들어지는 이유다. 우리동네선거방송 프로젝트는 이런 담론구조에 파열음을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참여형 공동체미디어로서의 마을미디어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모델이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라북도에서는 전국에서 처음(20161231)으로 공동체마을미디어지원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공동체마을미디어들의 창간작업이 확산되고 있지만 운영재원의 안정성 및 취재인력의 제한 등으로 지속가능한 운영모델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조례는 마을미디어에 대한 공적지원구조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마을공동체미디어들의 몫이다. 무엇보다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와 합의에 의해 운영되는 마을미디어의 속성상 공동체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로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위상을 정립하고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마을미디어에 대한 효능감을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동네선거방송프로젝트는 지역주민들이 마을미디어에 대한 정치적 효능감을 확인할 수 있는 유력한 기회다. 그동안 방치되었던 지방의회의 구성과정에 마을미디어들의 적극적 개입이 확인될 때, 또 그 과정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지역공동체의 참여가 확장될 때 참여형 공동체미디어로서의 마을미디어의 존재는 깊이 각인될 수밖에 없다. ‘우리동네선거방송프로젝트가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 번째는 지역밀착형 미디어로서 케이블방송의 가능성이 새롭게 실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 독점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도입된 케이블방송은 당초 도입목적인 지역성 및 다양성 등 공공성 확보에는 무관심한 채, 오히려 지상파콘텐츠에 대한 중계권을 활용한 이윤극대화 전략으로 비판에 직면해왔다. 아이러니 한 것은 지상파방송의 콘텐츠 독점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케이블방송이 지상파콘텐츠의 중계를 통해 유통플랫폼으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어쨌든 막강한 유통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매개로 한 케이블방송의 성장전략은 한계에 직면했다. 방송통신 융합 등 새로운 매체환경은 자본력을 갖춘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용이하게 만들었고 케이블방송의 이윤극대화 전략은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동네 선거방송은 케이블방송의 지역성매체로서의 장점과 의미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상파콘텐츠에 대한 독점중계로 발생하던 케이블방송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조건에서 지역밀착형 매체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은 효과적인 영업전략인 동시에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6·13지방선거는 지방분권개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기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지방분권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그 핵심이 국가와 지방간의 권한의 배분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다. 결국 지방분권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지방권력기관이 법인격을 가지고 자신의 고유한 이익에 관한 사항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과 동시에 지방에 국가의 권한을 배분하는 수평적 관계설정을 의미한다. 문제는 자치분권이 지역권력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를 전제로 한다고 할 때, 지방권력의 권위가 실체로서 인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를 견제하고 감시할 지역 공론장의 현실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사회공간으로서 지역은 해당 공간 내 권력관계의 산물이다. 미디어 역시 이런 공간생산과정에 동원되거나 주체로서 참여한다. 결국 지역 공론장의 왜곡을 방지하고 지방권력에 대한 비판적 감시자로서 주민참여와 미디어공론장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과제이자, ‘우리동네선거방송프로젝트가 성공해야 할 이유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