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센터와 사람들

미디어센터 수강생부터 스태프까지

글_김수민 /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운영팀장

김수민은?



안녕하세요.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운영팀을 맡은 김수민입니다. 주로 회계업무와 홍보업무를 합니다. 가끔 영상을 만들고, 글을 씁니다.


미디어센터 수강생부터 스태프까지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와의 인연은 12살부터였습니다. 저는 학교에 다니지 않아서 동아리에 들고 싶었죠. 때마침 아는 분이 영상동아리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이하 센터)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때는 영상미디어센터가 뭐 하는 곳인지 몰랐죠. 센터에서 영상 만드는 법도 배우고 촬영도 했어요. 동아리는 금방 해체됐지만, 저는 센터에 계속 다니면서 다양한 교육을 들었어요. 공동체 라디오 수업, 다큐멘터리 수업, 극영화수업, 시나리오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미디어를 접했고, 센터 쌤들과 친해졌죠. 센터를 통해서 배운 게 많아요. 가장 큰 건, 제 이야기를 하는 법을 배웠다는 점이에요. 영상을 만들면서, 라디오를 만들면서,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이야기를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지 깊게 들어가는 법을 배웠어요. 미디어 제작을 하면서 골프장을 반대하는 주민도 만났고, 음악 하는 분도 만나고,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주민도 만났어요. 페미니즘도 배우고 LGBT도 알게 됐죠. 영상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다양한 아픔들을 담아냈어요. 계속해서 마주하는 연습을 했죠. 미디어제작을 하지 않았다면, 쉽게 그 이야기들을 무시했을 것 같아요.



저와 같이 센터에서 수업 듣던 청소년이 10명 정도 있었고, 그 사람들이 모여서 영상동아리‘(겨울엔 영화를 찍자!)겨울협의회’를 만들었습니다. 3년정도 꾸준히 방학마다 영상을 만들었어요. 극영화를 제작하고 다큐멘터리도 만들었죠. 센터의 지속적인 컨설팅과 공간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영상동아리가 청소년예술단체 ‘세손가락’으로 발전했습니다.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었거든요. 세손가락에서는 연극, 영화제, 미술전시, 잡지 만들기 등의 활동을 했어요. 저는 주로 회계, 라디오 제작 등의 일을 했습니다. 겨울협의회와 세손가락을 통해서 협동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리고 이 동아리로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얻었죠. 근래에도 자주 만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는 20살이 넘어서도 대학을 가지 않았어요. 불안할 때도 많았죠. 센터와 세손가락이 제 삶의 근거지가 돼서 강릉에 계속 있을 이유가 됐어요. 처음에는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것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센터가 저에게 큰 의미가 됐죠. 센터에 다니면서 진로도 많이 바뀌었어요. 센터가 제 학교였죠.



2017년, 독립영화와 관련된 강릉사람들이 모여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이하 인디하우스)를 만들었어요. 2018년 1월부로 인디하우스가 센터를 위탁했죠. 채용공고가 떴고, 저는 운영팀에 지원했습니다. 오랫동안 봐왔던 센터의 역할을 직접 하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센터 스태프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센터에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점이 직원으로 있다 보니 이해가 되고, 센터 이용자로는 생각할 필요 없었던 책임감을 느끼기도 해요. 아직까지 제가 운영팀장이라는 것도 실감이 안 나고, 이 일을 할 만한 역량이 있는지 매번 고민한답니다. 이제 일한 지 두 달을 겨우 넘겼는데, 그 와중에 회계 때문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강릉에는 강원도 유일의 독립예술영화극장 신영도 있고, 미디어협동조합 이와, 강릉씨네마떼끄,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그리고 올해로 20주년 되는 정동진독립영화제도 있어요. 보수적인 도시지만 독립영화 관련된 곳이 많죠. 이 자원을 바탕으로 2017년에 강릉시가 독립영화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강릉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독립영화도시였죠. 이 흐름을 타서 독립영화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 허브를 해줄 단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인디하우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인디하우스 목표는 크게 세 가지에요. 독립영화 중심 영상문화의 저변 확대와 지속가능 발전, 지역문화 예술인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입니다. 지금은 목표에 어떻게 도달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에요.
지금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는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위탁단체가 바뀐지 이제 두 달을 넘겼죠. 그래서 비전도 만들어가는 중, 홈페이지도 만들어가는 중, 장비공간 사용법도 만들어가는 중이랍니다. 장단점이 있다고 느껴요. 아직 우왕좌왕하는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이 좋아요. 지금 센터 스태프들은 건강한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요.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칼퇴근 문화를 지향하고요. 며칠 전에는 다 함께 반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았죠. 지금은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평등문화 약속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로 자주 의견을 나누면서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센터의 역할고민도 계속 하고 있죠. 어떻게 해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센터가 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미디어제작가를 양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것들, 센터 안과 밖에서.

저는 청소년교육과를 다니고 있어요. 공부하면서 주로 생각하는 건 청소년 인권이에요. 청소년은 쉽게 대상화 당해요. ‘파릇파릇하다’ ‘창의력이 넘친다.’ 혹은 ‘중2병이다.’ ‘미숙하다’는 이미지가 씌워져요. 이 이미지에 따라서 평가당하고, 있는 그대로를 봐주는 사람이 적죠. 청소년 인권이 낮은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런 문화를 바꾸고 싶어요. 센터에서는 청소년 미디어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청소년인권고민도 해야겠죠. 센터의 교육을 통해서 많은 청소년들이 개개인의 이야기를 미디어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경험을 통해 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센터에서는 그 이야기들을 아카이브 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죠.
미디어제작자 인권 증진도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디자인이나 영상제작을 하면 열정페이 당하는 경우가 많죠. 저도 많이 겪었고 억울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강릉은 특히나 보수적인 도시라서 이런 인권을 시민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심지어 가끔은 시민단체에서도 예술가의 열정페이를 요구할 때도 있어요. 센터 목표 중 하나가 미디어제작가 양성이에요. 기능 교육만큼이나 기본 권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미디어제작가가 강릉에서도 먹고 살 수 있는 터전과 문화를 만들어놔야 진짜 독립영화도시가 될 수 있겠죠.
이번에 미디어스코프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좋았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거든요. 바빠져서 글 쓸 시간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기회가 생기면 참 좋아요. 저는 미디어 제작 활동을 했던 7년간 항상 “나는 영상하는 사람으로서 정체성은 없어”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근래 들어서 영상이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체라는 걸 인정했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영상을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총회를 갔을 때 타 지역 미디어센터 스태프 분들을 처음으로 뵀어요.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불안불안하고 걱정이 많을 때였죠. 고민을 말씀드렸을 때 잘 들어주시면서 해주시는 말씀이 좋았습니다. 마음이 안정되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저희 센터에서 도움을 청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