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대전독립영화협회는...

글_민병훈 /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대전독립영화협회는 지난 2001년 대전, 세종, 충남 지역에서 영화제작과 영화배급, 영화교육 등에 뜻을 두고 활동하고 있거나 하려하는 단체나 개인들이 다양하고 올바른 지역의 영상 문화를 곧추세우자는 뜻으로 뭉쳐 출범한 단체입니다. 허나, 그 시작에는 80년대와 90년대, 단판식 VHS 카메라를 가지고 집회현장에서 혹은 노동현장에서 대전의 현실을 담아내고자 했던 외침의 현장과 그 현장을 지켜내려 했던 일군의 영상 기록자들, 앞으로 영상 미디어가 예술의 영역에서 새로운 창작의 텃밭이 되어줄 것이라 여기며 지역에서 과감히 영상 미디어 예술의 가능성을 타진하던 지역의 초창기 영상창작인들, 그리고 새로운 영화상영운동의 일환으로 지역에 씨네마떼끄라는 당시로서는 새로이 문화적 영토를 일구어내려 했던 그러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지역에서 최초로 영화 상영 운동을 주창하며 출범했던 씨네마떼끄 열린 빛을 주축으로 모여들어 활동했던 이들의 상당수가 지금 대전의 아트시네마와 독립영화협회를 탄생시킨 밑거름이 되어주었고 본인을 비롯한 몇몇은 여전히 그 여정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공식 출범식은 2001년 이었으나 이미 1999년 가칭 대전독립영화협회 출범 위원회가 구성되어 대전지역 전교조 산하에 있던 참교육영상집단이 주최·주관한 1회 대전청소년영화제(이후 대전청소년영상제로 개칭)’를 실질적으로 운영 진행하면서 그 가능성을 타진하였습니다. 그렇게 이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던 영상키드들의 지역 축제를 소박하나마 준비하고 실현시키며 모인 이들은 2년여 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2001년 새로운 세기의 시작에 그 출발을 알린 것입니다.

 

하지만, 출범식을 준비하며 패기있게 꿈꾸었던 로컬 시네마 구현에 대한 이상은 현실의 녹록치 않은 수많은 장벽들을 마주하며 무기력해져 가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당시 DV 6mm 매체의 등장으로 필름 시절보다 영화 제작에 대한 접근이 좀 더 수월해진 상황 속에서 협회의 회원들은 주로 영화제작팀의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협회가 주장하고 나아가고자 했던 로컬 시네마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조성의 노력에는 몇몇의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리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형편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독립영화라는 예술 문화 영역에 대해 도통 관심과 이해도가 없었던 지자체와 기관뿐 아니라 대전의 문화 시민 단체들조차 대부분 그러한 인식과 태도를 가지고 있던 탓에 연속되는 좌절감의 쓴맛을 보고 있던 상황이기에 이러한 점은 아픔으로 까지 다가왔습니다. 한편, 지엽적으로는 출범의 효율성과 수월성을 위해 선택했던 한국독립영화협회 대전 지부라는 존재감을 둘러싼 내부의 이견이 촉발되면서 결국 한국독립영화협회 대전 지부는 해소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러한 내부의 문제점들까지 겹치며 대전독립영화협회는 초기부터 무력감과 패배감에 흔들리게 됩니다. 그러한 일종의 위기상황이 이어지며 점차 매너리즘에 고착되어가던 중, 8회를 이어오고 있던 대전청소년영상제대전독립영화제로 확장하여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공감대를 형성해 나아갔습니다. 이는 아마도 대전청소년 영상키드들이 대학생이 되고 영화인의 길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사안이었을 겁니다. 상대적 비주류 문화였던 독립영화 조차도 서울수도권을 메인스트림으로하여 형성되어지는 지형도 안에서 로컬 시네마들은 변방속의 또 다른 변방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문제의식이 바로 대전을 비롯한 각 지역의 독립영화협회의 출발점이 되었던 바, 대전세종충남 권의 영상키드들이 자연스레 로컬 시네마의 영상창작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이러한 요구는 좀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시대적 요구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2007년 예견되었던 혹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의 난관에 부딪쳐 가며 난항 끝에 첫 번째 대전독립영화제가 그 막을 올렸습니다. 500만원의 지자체 지원금을 종자돈 삼아 후원을 빙자한 주요 멤버들의 출혈 같은 일종의 각출을 통해 만들어낸 1,000만원 가량의 자체자금을 보태어 영화제의 총예산을 마련하고 앞으로 어떠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지도 못한 채 나름의 기대감과 설레임이 배인 각오 속에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턱도 없는 예산의 운용과 인적 자원의 부족 속에 이미 예견되었을지 모를 영화제 운용 초보들의 좌충우돌, 중구난방, 대략난감의 모든 상황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첫 독립영화제 개최를 위하여 나아갔습니다. 로컬 시네마 영화제를 모토로 삼은 대전독립영화제의 메인 섹션인 일반대학 경쟁부문에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은 출품작 수가 몰리면서 출품작 모두를 상영하는 것으로 되어있던 순진했던 방침을 부랴부랴 수정하며 예정에도 없던 예심 과정을 진행하느라 진땀을 빼는 등, 경험부족과 재원의 미비 등으로 인해 겪어야 할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나름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하고 경험을 얻어나가는 과정을 겪어냈습니다. 그렇게 이어져온 대전독립영화제는 이제 올해로 스무 살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999년 지역의 청소년 영화제로 출발하여 이제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의 문턱에 다다른 대전독립영화제는 이제 2019년엔 본격적인 성인식을 치루어 내야 하는 것이지요. 여전히 그리 달라지지 않은 지역의 영화 환경 속에서 이제 과연 성인식을 맞이하는 영화제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성인으로서의 성장된 모습을 보여주고 증명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물러서거나 피해 갈 수는 없는 분명 극복하고 돌파해야 하는 과제로서 최선을 다해야 겠죠.

 


 

 

저희는 이를 위해 영화제 자체만의 확장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지역 독립영화의 발전과 안착을 위해서 현재로서는 세 가지 사안에 미력한 자원의 활용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무려 17년을 요구한 끝에 2015년 시작된 지역 독립 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의 부활입니다. 비록 1,000만원의 예산이긴 했으나 그래도 오래된 숙원사업의 하나로서 17년만의 결실을 본 제작 지원 사업이 터무니없게도 올해 장편영화제작지원사업의 제원 마련을 위해 어떠한 협의나 통보도 없이 올해 삭감된 일은 다시금 한탄과 좌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세미프로구단 지원을 위해 유소년 지원을 없앤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에 지자체와 기관에 강력한 항의를 진행하였고 일단은 2019년 어떤 형태로든 지원사업의 재개를 구두이긴 하나 약속받은 상황입니다. 두 번째로는 영화가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사업이 아닌 문화예술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대전시는 지난 2000년 지금의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출범시키기 위해 영화를 문화예술이 아닌 사업으로 분류하고는 일방적으로 문화체육국이 아닌 과학경제국에 분장함으로서 대전의 독립영화가 문화예술영역의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저희로서는 웃지 못 할 상황에 20년 가까이를 놓여있던 것입니다. 이 또한, 최근 새로운 지방정부가 출범하면서 긍정적 방향에서 재설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관계로 이번 에는 분명한 변화를 꾀할 수 있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독립영화관의 설립입니다. 대전독립영화제를 진행하거나 진행을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질책 중 가장 압도적인 사안이 바로 왜 영화제에 대한 알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허나 현장에서 영화제를 치루어 내기에도 여전히 벅차하며 급급한 현실 속에서 비겁한 변경 같지만 여력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에 저희가 내린 결론은 지속성을 담보한 오롯이 독립영화로 소통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의 확보로 독립영화의 관객 대중을 만나고 발굴할 수 있는 지역독립영화전용관의 설립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에 지금도 상근직원을 두지 못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 희생봉사를 통해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독립영화협회의 난감한 상황을 다소나마 해소하는 부차적 차원까지 더하여 최소한의 지역독립영화의 근거지로서 꾸준히 영화대중을 만나고 확장할 수 있는 이 근거지 마련을 위하여 좀 더 집중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지역독립전용관의 부재를 대전의 구도심에 위치한 대흥동 대안 문화공간인 아트 스페이스 장의 극장다방(다락: 多樂이 있는 방)’을 지역 유일의 마이크로 동네 극장으로 운영하며 지역의 독립영화와 작가들이 최소한의 만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비록 대전의 옛 병무청장 관사의 다락이 있는 안방을 극장삼아 최대 13명 정도만이 관람할 수 있는 초미니 영화관이지만 그 남다른 재미와 의미만큼은 소수이지만 나름의 팬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역독립영화전용관이 생긴다 해도 지역영화 공동체의 장으로서 이 극장다방(다락: 多樂이 있는 방)’은 유지해 나가려 합니다.


  

우리는 영화가 어느 지역에서만 하거나 혼자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역에서 대전독립영화 정기영화제나 소규모 영화상영회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하는 법을 배우려 노력하고 또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지역의 독립영화인들과 함께 독립영화배급네트워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우리 영상언어의 질료는 우리 지역의 땀과 희망입니다. 발 디디는 곳곳마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와 풍경들이 있는 이 땅 위에서 협회 소속 제작단체들과 개인들이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종다양한 영상창작물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대전 지역의 영상정책에 대해 끊임없는 제안과 세미나,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의견과 올바른 영상정책대안을 만들어 내려 합니다.

특히, 대전지역 사회문화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영상미디어센터 설립 및 퍼블릭 액세스권의 확보, 지역 독립영화 지원책 등의 영상문화기반확산에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이제 다시 출발선 위에 섰습니다.

지역 최초의 공식 경쟁 독립 영화제인 대전독립영화제1999대전 청소년 영화제로 출범하였고 2007대전독립영화제로의 발전과 확장의 변화를 거쳐 이제 2018년 스무살을 맞이하고 또 떠나왔습니다. 이제 2019년 성인식을 향해가며 다시금 머리와 가슴속에 수많은 과제를 떠안고 출발선 위에 섰습니다.

아마도, 아직은 서툰 발걸음으로 여전히 갈지자를 그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우리는 그 걸음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머리와 가슴속에 신념과 열정을 가득 안고 그것을 연료로 하여 땀과 희망의 엔진으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어 갈 것입니다.

그러니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응원해 주십시오.

그러한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은 대전세종충남의 독립영화와 영상문화를 꽃피우는데 절대적인 거름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꽃 피운 로컬 시네마의 열매는 바로 여러분들의 영혼을 살찌우는 훌륭한 양식이 되어 돌아 올 것이라 믿습니다.